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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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행복한 아이가 성공한다

2010-01-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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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임상심리치료사>

최근에 열 살 먹은 남자아이가 심한 우울증 증상과 자살충동을 보여 병원 응급실에 보낸 적이 있었다. 이 아이의 부모는 사이가 나쁜 편이었다. 엄마는 지나치게 비판적이고 칭찬에 인색했다. 아빠는 자상한 편이었지만 직장일로 늘 바빠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학교에서의 성적도 나쁜 편이고 대개 선생님으로부터 지적을 당하는 말썽꾸러기로 인식되고 있었다. 부모님께 사랑을 듬뿍 받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며 열심히 공부해야 할 열 살짜리 아이는 자신을 불행하다고 느끼며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급기야는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청소년이나 성인들에게만 나타난다고 생각했던 우울증이 이제는 열 살이 채 되지 못한 어린아이들에게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불안증과 행동장애 및 약물남용은 더 이상 어른들 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동 및 청소년 정신질병 방법론 연구(Methodology for epidemiology of Mental Disorders in Children and Adolescents)에 따르면 9세에서 17세 미국
아동 및 청소년의 21%가 어느 정도의 불안장애, 기분장애, 파괴적 행동장애 혹은 약물남용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물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정도의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동 및 청소년의 비율은 5% 로 줄어든다. 하지만 미국 아동 및 청소년 5명 가운데 1명은 정신질병으로 불행한 성장기를 거쳐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한인 아이들도 이러한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특히, 한인 부모들은 이민 1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의 30% 이상이 소규모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자영업의 특성상 부부가 함께 사업체를 운영하며 장시간 사업에 매달려야 한다. 따라서 자녀들에게 신경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한 부모들 자신들도 금전문제, 언어문제, 문화적 차이, 신분문제, 건강문제 등으로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강한 부모 자녀관계를 형성할 여력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는 게 현실이다. 또한 한인 아이들 자신들도 주류 사회의 편견과 차별, 부모의 무관심, 여가공간의 부족,학업 스트레스 등을 이겨 나가야 한다. 이런 한인 이민사회의 현실은 결국 우리 아이들에 심리, 정신적인 어려움을 안겨줄 수 가능성이 많다.


성장기의 아이들이 심리,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면 가정생활, 친구관계, 학업 등의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된다. 우울하거나 불안한 아이가 친밀한 부모 자녀관계를 맺고, 또래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며, 또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다는 것은 여간 해서 쉬운 일이 아니다. 행복하지 않은 아이는 매사에 의욕과 관심이 부족해진다. 결국,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는 장래에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갈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성공적인 자녀양육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기를 거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심리, 정신, 행동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부모님들
이 신경을 써야 한다.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심리, 정신적인 어려움은 유전적인 특성, 기질, 부모-자녀관계, 주변 환경적 특성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생겨난다. 아이가 가진 유전적 특성이나 기질은 쉽게 바꿀 수가 없다. 그러나 부모-자녀관계나 아이가 자라가는 환경은 얼마든지 조절 가능한 영역이다.

특히, 성장기의 아이들은 감정, 지능, 인지 발달적 측면에서 아직 변화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부모가 아이를 보다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사랑과 관심으로 양육을 한다면 얼마든지 아이는 행복한 아이로 자라갈 수 있다. 그것은 결국 아이에게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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