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자와 패자

2010-01-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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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항상 설렌다. 언제나 사람은 새 것을 만나면 새로운 감정이 가슴을 부풀게 하기 때문이다. 새 옷을 입었을 때도 그렇고 새 차를 샀을 때도 그렇다. 새 집을 사고 이사를 했을 때도 그렇고, 새로운 만남을 가졌을 때도 그렇다. 그것은 즐거움이다. 새해를 맞는 감정 역시 즐거움이다.

어제와 오늘 사이를 두고 묵은 해와 새해를 가르고는 있지만, 사실 새해 ‘신태양이란 없다. 연말과 새해의 감정은 사뭇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우리는 새롭다는 것에 집착하고 좋아하고 받아들이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어제의 내가 아닌 새롭게 태어나는 마음가짐으로 소망의 은빛 날개를 마음껏 펼쳐보고 싶어 한다. 소망, 그것은 인간만이 가지는 가장 찬연한 삶의 빛깔이다.


소망이 있음으로써 희망이 있고 창조와 노력이 수반됨으로 해서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을 바라보며 살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맑게 비운 가슴에 충만한 은총이 넘치도록 두 손 모아 좋은 일이 많기를, 기쁜 일이 있기를, 크고 작은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새해 첫날 아침 하늘을 향해 기도드린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1년 설계를 이것저것 구상해 보면서 그것들이 하나하나 차질 없이 이뤄지기를 속마음으로 기원한다. 희랍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의 행운을 기억한다. 키프로스의 왕인 피그말리온은 상아로 여인상을 만들어 놓고 그 아름다움에 취했다. 그가 상아 여인상을 너무나 사랑하여 생명이 있는 인간이 되어 주기를 애타게 소망하는 걸 보고 아프로디테 신이 소원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열렬히 희구하고 힘쓰면 어떤 힘의 작용이 있어 소망을 이루게 해주리라 기대해 본다.

승자와 패자의 정의라는 글을 어느 책에선가 읽고 감동하는 바가 컸다. 새해를 맞으며 다시 승자와 패자의 차이를 생각하며 승자가 되고 싶은 소망을 가져본다. 이런 내용이다.

승자는 실수했을 때 ‘내가 잘못했다’고 말한다. 패자는 실수 했을 때 ‘너 때문에’라고 말한다. 승자의 입에는 솔직함이 가득하고, 패자의 입에는 핑계가 가득 찬다. 승자는 ‘예’ ‘아니오’를 확실히 말하고, 패자는 ‘예’ ‘아니오’를 적당히 말한다. 승자는 어린이에게도 사과할 수 있고, 패자는 노인에게도 고개를 못 숙인다. 승자는 넘어지면 일어나 앞을 보고, 패자는 넘어지면 일어나 뒤를 본다. 승자는 열심히 일하지만 시간에 여유가 있고, 패자는 게으르지만 ‘늘 바쁘다’라고 말한다. 승자는 과정을 위하여 살고, 패자는 결과를 위하여 산다. 승자는 순간마다 성취의 만족을 경험하고, 패자는 영원히 성취의 만족을 경험하지 못한다. 승자는 구름 위의 태양을 보고, 패자는 구름 속의 비를 본다.

소망이 있음으로 현실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면서 새로운 아침을 맞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라는 생각을 하며 또다시 떠오른 태양을 눈부시게 올려다본다.

김영중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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