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사회, 시련 딛고 미래 꿈꾼다

2009-12-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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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己丑年), 역사 속으로 ‘아듀’

2009년 기축년 마지막 태양이 지고 있다. 저무는 한 해를 아쉬움 속에 마무리하며 다가오는 경인년을 맞이할 시간이다.
저무는 해를 보며, 사라지는 저 해와 함께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기침체 역시 서서히 지평선 너머로 내려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침체는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는 밴쿠버를 비껴가지 않았다. 올해는 생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이 힘들게 하루하루를 해쳐나가야 했던 고단했던 시기였다. 언제나 그러했듯 한인 사회는 시련을 묵묵히 참아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지는 해를 보면, 과거 ‘햇볕정책’을 펼쳤던 두 전직 대통령이 떠오른다. 장엄하게 지는 해를 보면 김대중 ·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떠나는 세월을 잡을 수 없듯이, 두 전직 대통령을 태운 역사의 돛단배는 시대라는 큰 강을 타고 사라졌다. 한인 사회는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두 전직 대통령을 떠나 보냈다.
님을 보내는 석별만이 아니었다. 서플러스 선물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입은 한인들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이 마음 한 구석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느낀다. 울분과 아쉬움을 느끼는 한인들이 유달리 많다. 또 한인 정계 자력진출이라는 부푼 꿈을 안겨줬지만,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근백씨의 낙선 소식 역시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을 남긴다.
한인들은 언제나 다시 일어났다. 맨손으로 밴쿠버에 삶의 근거지를 만들어 낸 개척정신이 한인들의 뼈 속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 시련은 있었으나, 이러한 시련은 오히려 한인 사회의 저력을 깨닫게 해줬다.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이민 50년이었다. 살기 바쁜 시절이었다. 새로운 터전을 일구고, 자녀들 교육시키느라 주위를 둘러볼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한인사회는 주위 어려운 이웃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올해 한인 사회는 기부문화가 서서히 자라나고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반가운 소식이 유달리 많았다. 이제 가까스로 싹을 피운 ‘기부문화’를 울창하게 가꾸어야 한인 2세들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이정현 기자 vancouver@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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