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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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연주의 생활화

2010-01-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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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 김 뉴욕음악원 원장


연말연시 시즌에는 각종 송년 음악회 그리고 음악 학원들마다 학생들을 위한 정기 연주회가 한창이다. 대개 보통 1년에 한번, 많게는 몇 번씩도 열리는 이런 음악회들을, 학생들은 크고 작은 부담들과 긴장 혹은 설레임을 갖고 임하게 된다. 일련의 준비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연주를 아주 특별한 것, 부담스러운 것, 엄청난 연습이 따라야 하는 것, 또는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은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맞는 말이다. 연주는 특별한 것이며, 많은 연습과 준비를 하게 만드는 것이며 또한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임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연주가 가지는 특별함이 이게 다일까. 이러한 고통들을 감내하면서까지 우리는 왜 연주를 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연주를 통해 얻게 되는 것에는 이런 일련의 고통들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과의 1:1 레슨만을 통해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아주 특별하며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주회의 준비에서부터 연주까지의 전체 과정을 통해, 정해진 기간 내에 곡을 완성하는 법을 배우게 되며, 곡이 완성되고 나서도 그 곡을 연주 때까지 유지하는 법을 또한 배우게 되고, 그리고 곡을 외움으로써 내가 얼마나 그 곡에 더 몰입할 수 있는지를 경험하게 된다. 어느 정도 연습이 되어야 남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익히게 되며, 좁은 방에서만 이루어지던 나만의 홀로 연주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무대에서 청중들과의 교감을 통해 공유하는 음악의 즐거움을 알아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연주회를 계속 거듭해나가며 학생들은 음악적으로 부쩍 성숙해지게 되고, 또한 연주란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은 것이 아닌 음악을 배워나감에 있어서 자연스레 같이 병행되는 부분이라는 것을, 즉 연주의 생활화를 터득하게 된다. 학생들에게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수시로 마련하여 주어, 연주가 더 이상 무섭거나 부담스럽기 만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일찍부터 심어줘야 연주의 생활화와 즐기기가 한층 수월히 몸에 밸 수 있게 된다. 또한 연주란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연습하고 즐겨 치는 곡을 남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란 것 또한 일깨워줘야 한다. 그것이 부모님이나 가족, 친구들 앞에서 하는 작은 연주회건, 큰 홀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는 연주회건, 연주란 그 어디도 무대가 될 수 있으며, 그 누구도 청중이 될 수 있다는 기본 원리를 알게 될 때, 학생들은 비로소 연주를 통해 사람들과 교감하는 법을 배우게 되며 자연스럽게 일상으로서 연주를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전문 연주자가 되어서 하는 연주란 또 다른 의미로 다가 오지만, 일반 배우는 과정의 아마추어 학생이 하는 연주란 그 개념이 전문 연주자의 그것과 같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일반 학생들에게 연주란, 완벽하게 준비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우는 과정의 순간순간들을 부모님, 친척, 친구들, 또는 내가 모르는, 그러나 나의 음악을 기꺼이 들어주고자 하는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과정인 것이며, 그리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많은 격려와 조언, 아낌없는 박수를 받는 값진 경험을 통해 음악적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 나가는 단계인 것이다.

1월초에 열리는 학생들 음악회를 준비시키면서 요즘 나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낀다. 학생 개개인마다 연주에 임하는 자세와 연습량은 다 다르고 내가 하는 조언도 학생마다 다 다르겠지만, 그것도 하나의 과정이므로 내가 많은 말들과 잔소리를 안 해도, 자주 열리는 음악회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깨우쳐 나갈 것이다. 연주란 설명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의 100마디 말보다 앞으로 열릴 수많은 연주회를 통한 학생들 개개인의 경험이 더 많은 것을 설명해줄 것이므로.

이번 연주를 준비하며 자신의 부족한 점들과 준비에 아쉬웠던 점들을 토로하며 어느새 자연스레 다음 연주 때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대해 얘기하는 학생들을 보며, 나의 학생들이 어느덧 연주를 자연스레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느덧 내가 말 안 해도 스스로 터득해 나가고 있는 나의 학생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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