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입니다. 떠들썩하게 시작했던 새 천년도 어느새 강산이 한 번 변할 만큼의 시간이 흐른겁니다. 아니, 흐르는게 아니라 이건 숫제 날아갑니다. 이제 좀 ‘2009’란 숫자에 익숙해질만 하니까 또 새해랍니다. 또다시 ‘2010’이란 숫자에 익숙해지기까지 한참이나 낯을 가릴테고 그러다 익숙해질만 하면 2011년이 될테지요.
새삼 신기한 생각이 듭니다. 시간의 경계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지요. 고작 하루 전인 어제임에도 이미 2009년이라는 과거에 묻혀버렸습니다. 어차피 시간의 경계란 사람의 편의에 의해 구분지어 놓은 것이니 만큼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계의 전후에서 느끼는 감정들로부터 저 자신 또한 자유롭지가 못합니다. 끝자락에서 느끼는 아쉬움, 후회가 그렇고, 출발선에서 갖게되는 설레임과 기대가 그렇습니다.
끝과 시작. 이 두 단어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무엇이건 매듭을 짓고 정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더욱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시작과 끝에 의미를 두고 법석을 떠는 반면 중간에 대한 대접은 소홀합니다. 실은 중간이 있기에 시작과 끝이 있는데 말입니다.
살다가 문득 제 정신이 들면, 뒤를 돌아다 볼 때가 있습니다. 지나간 삶의 시간들은 그저 뭉텅 한 덩어리의 시간인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수한 시작과 끝의 반복임을 알 수 있죠. 중간 것들을 쪼개면 그 속에 또 다른 시작과 끝이 새끼를 치고 나옵니다. 단지 그 시작과 끝을 인식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일 뿐인데, 인식하는 것들에만 수선을 떨며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곤 합니다. 하긴 그렇게라도 스스로 수선을 떨어야 삶에 대해 그나마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라도 하니까요.
신년벽두에 뭔가 거창한 계획을 세울까 하다가 그냥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시작이고 끝이고, 이젠 그닥 그것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으렵니다. 어차피 모두 연장선 상에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신 무엇이든 지금 제게 주어진 것들을 줄기차게만 할 작정입니다. 그러다 보면 넘어질 때도 있겠지만, 그게 뭐 대수겠습니까. 다시 일어나 또 줄기차게 걸으면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