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문한 와인 향·색·맛 살펴 이상 확인

2009-12-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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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스트 테이스팅

호스트 테이스팅은 웨이터나 와인 전문가(소믈리에)가 주문한 와인을 레이블이 보이게끔 호스트에게 가져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주문한 와인이 맞는지 레이블을 확인= 이때는 아직 열지 않은 병을 보고 주문한 와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단계인데 실제 놀랍게도 통계를 내보았더니 약 20% 정도가 주문하지 않은 와인이 나왔다고 한다. 레이블을 보았을 때 자신이 주문한 게 확실히 아닐 때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가져올 것을 요청해야 한다. 가장 많은 실수는 동일 브랜드의 다른 품종이 나온다거나 지정한 빈티지가 틀리게 나오는 것. 이 절차가 끝나면 소믈리에는 병을 오픈한 후 코르크 마개를 호스트에게 건네준다.



2. 코르크 상태를 확인= 코르크 마개의 밑 부분이 말라 있으면 병을 세워 보관했다는 증거다. 와인을 세운 상태에서 오래 두면 코르크 마개가 건조해져 공기가 스며들면서 와인을 산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오래된 와인은 식초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설사 코르크가 상해 있다 하더라도 와인 맛을 보기 전에는 문제가 있는 와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의심스럽다면 코르크에서 곰팡 내가 나는지 확인한다. 또한 잔에 따라진 와인 냄새를 맡아보면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



3. 글라스에 와인을 따르게 한다= 소믈리에는 보통 와인 글라스의 6분의1 정도를 호스트에게 따라준다. 소량을 따르는 이유는 문제가 있을 경우 그 와인을 거절하기 위함이므로 굳이 와인을 많이 따를 필요가 없다.

4. 와인의 색을 관찰한다= 먼저 잔의 다리나 밑받침을 잡고 색깔을 살펴야 한다. 레드 와인이든 화이트 와인이든 갈색을 띠고 있으면 변질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5. 잔을 두세 번 돌려 와인의 향을 맡아 본다= 와인 잔을 코에 갖다 대고 향기를 맡는다. 고급 와인일수록 복합적인 향기가 오래 지속된다.

6. 와인을 한 모금 넣어 입안 전체를 적시며 맛을 본다= 입술을 오므려 와인을 통해 공기를 흡입, 와인이 공기와 접촉시키면서 나는 맛을 본다.



7. 와인이 좋으면 만족의 표시를 보낸다= 와인이 변질되었거나 아주 불쾌한 느낌이 들지 않은 경우라면 호스트는 고개를 끄덕인다든가 “좋아요” 등의 말로 만족을 표시하며 다른 손님에게 와인을 따르도록 허락한다.

8. 여자 손님부터 먼저 와인을 따르게 한다= 이제 확신이 끝났으므로 소믈리에는 테이스팅을 했던 호스트가 아니라 레이디 퍼스트 정신에 입각하여 참석자 중 여자 손님에게 먼저 와인을 따르고 다음으로 다른 남자 손님 잔을 채운다. 그리고 호스트의 잔은 어느 경우든 맨 마지막에 채우게 한다.

9. 잔이 모두 채워지면 주최자가 건배를 제의한다= 이때 건배를 제창하게 되는데 서로 눈인사를 하면서 덕담을 한두 마디씩 주고받는다면 더욱 즐거운 식사자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와인글라스로 건배할 때는 와인 입구가 닿는 것보다는 와인글라스의 볼록한 부분(글라스의 배에 해당하는 부분)끼리 살짝 부딪쳐야 한다. 15도 정도 기울여서 부딪치면 소리도 맑게 나며, 잔이 깨질 염려도 없다.

이 같은 동작들은 너무 길지 않게, 짧은 순간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격식에 지나치게 얽매이고 시간을 끌면 손님들에게 오히려 실례가 될 수 있다.

와인을 감정하고 평가하는 것이 호스트 테이스팅의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때 시음한 와인이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분별력을 가지고 거절할 수 있을 때와 거절해서는 안 되는 경우를 판단해 보아야 한다.

문제를 시정하는 것은 좋지만 레스토랑에서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우며 볼썽사납게 구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또한 더욱이 자신이 그 레스토랑의 단골이라든가 저명 인사라는 점을 악용하여 거의 다 마시고 나서 교환을 요구하는 경우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

호스트 테이스팅은 주문한 와인이 맞는지, 와인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지, 와인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지 확인하는 기회는 아니다.

호스트 테이스팅 때는 먼저 와인 레이블을 확인한 뒤 향과 맛을 보아 문제가 없으면 여자 손님에게 먼저 와인을 따른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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