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와 입성 첫 해 ‘2% 부족’
2009-12-16 (수)
▶ ■한인 정치인 연아마틴 의원에 기대한다
▶ 한인사회 지도자 초당적 후원해야
’측근정치’ 탈피…매사 공평성 필요
2009년은 캐나다 한인 이민사에 한 획을 그은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연아마틴 상원의원의 오타와 입성은 한인사회가 본격적으로 주류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밴쿠버에서 교사로 활동하며 꾸준히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한 연아마틴에 거는 기대는 그래서 매우 크다.
스스로 ‘캐나다인이라는 것이,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연아마틴을 보면서 많은 한인2세들이 큰 꿈을 키우게 됐다는 점에서 연아마틴은 한인사회의 큰 자랑이다.
올해는 한인 사회가 마틴 의원에게 거는 기대가 컷 던 만큼, 실망도 적지 않다. 주류사회와 한인사회의 인사들을 상호 소개하는 ‘교량역할’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 해를 마감하면서 연아마틴 상원이 한인사회에 보여준 것은 적은 정치적 연륜과 경험부족으로 인한 ‘2% 부족’(?)이다.
▲지난 11월 9일 하원의원 보궐 선거에 한인 후보가 출마한 코퀴틀람-뉴웨스트민스터 선거구는 연아마틴 상원의원이 작년 10월 출마했다가 안타깝게 하원진출에 실패한 지역이었다. 연아마틴이 보수당 후보로 선거에 출마했을 때, 수 많은 한인들이 연아마틴을 위해 뛰었다. 한인들이 연아마틴을 지원했던 이유는 그녀가 보수당 후보로 출마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한인 정치인을 배출해야 한다는 동포 사회의 열망 때문이었다. 연아마틴 상원의원은 선거운동 경험이 있었다. 지역 유권자들 투표성향을 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한국과는 다른 캐나다 선거법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연아마틴의 선거 경험이 필요했다. 공식적 지원이 힘들다면, 조용히 만나 정치선배로서 선거운동에 대한 조언을 해주기를 한인 사회는 기대했다. 한인 후보 측은 자신이 아무런 정치적 기반과 경험 없이 처음부터 시작했다며 선거운동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한인 사회가 연아마틴을 지원했던 이유는 그녀의 경험이 한인 사회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한인들이 만들어준 정치적 자산을 조금이라도 이번 보궐 선거에서 한인 후보에게 나눠주기를 한인사회는 바랬다. 정치적 경험과 노하우가 조금씩 다음 도전자에게 이어지기를 원했던 것이다. 기대가 커서일까 공식 석상에 자주 보수당 다이아나 딜워스 후보와 함께 나타난 연아마틴에게 실망한 한인들이 많았다.
▲지난 6일 스티븐 하퍼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하퍼 총리는 국회 연설, 한-카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통해 내년 G20 공동 개최가 결정된 캐나다-한국의 우호 증진을 위해 노력했다. 이미 본보가 지적했듯이(본보 12월 9일자) 하퍼의 방한은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그 이유 중 하나는 하퍼 수행단에 포함된 한인 대표단의 구성에 있다. 하퍼 총리와 함께 한인 사회 대표가 서울을 방문한다는 사실은 당사자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국 언론을 통해 수행단 명단이 보도되고 나서야, 수행단에 누가 포함됐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이번 한인 대표단 선정은 연아마틴이 직접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에 부적절한 인사가 포함됐다고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를 비공개로 불투명하게 결정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수행단 선정을 공개적으로 진행했다면 수행단 구성 과정에서 밴쿠버, 토론토 등 지역 대표성을 고려한 선정이 가능했다. 특히 한국 정부, 언론과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한 인사가 포함됐다면 하퍼의 서울 방문에 대한 한국언론의 관심이 지금보다는 높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자원/에너지 분야에 종사하는 한인이나, 동계올림픽을 홍보할 수 있는 상징적인 한인 지도자가 수행단에 포함됐다면 좋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일보는 항상 동포 사회의 단합을 강조해왔다. 한 목소리를 내야 한인 2세들이 캐나다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오랜 기간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해온 연아마틴 상원의원이 한인 사회의 구심점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밴쿠버는 마틴 상원의원이 오랜 기간 교사로 활동했던 지역이다. 많은 한인 2세들이 연아마틴의 학교 제자이고, 또 많은 한인들이 연아마틴을 학교에서 학부모로 만났다. 연아마틴은 다음 세대를 교육시키고, 후원하는 일을 평생해왔다. 한인사회가 분열되지 않으려면,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초당적으로 한인사회의 지도자들을 후원하고 키워야 한다. 밴쿠버에서 한인의 이익을 위해 뛸 수 있는 정치인들이 많이 나와야 한인 사회의 영향력이 커진다. 연아마틴이 공인으로 매사에 공평성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고, 역량 있는 제2의 한인 정치인들을 발굴해 교민 사회의 영향력이 커지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vancouver@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