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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 언어지능 높이기 부모기술

2009-12-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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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대화 단어선택 주의
격려와 칭찬 아끼지 말아야

한인 학생들을 상대로 IQ테스트와 성취도 테스트를 해보면 자주 나타나는 중요한 현상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언어를 바탕으로 하는 지능(결정성 지능)과 언어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지능(유동성 지능) 사이의 뚜렷한 차이가 그것이며, 둘째는 영어와 수학 두 과목 학업 성취도상의 뚜렷한 차이를 들 수 있다.


비언어 지능영역에서는 상위 5% 이상에 드는 학생들이 언어 지능 영역은 평균수준을 겨우 벗어나면서 지능지수 전체를 끌어내리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성취도 테스트에서도 이 현상은 나타나서 수학, 과학 과목에서는 표준학력지수 상위 10% 이상에 드는 학생들이 독해력, 작문력, 그리고 구어표현력에서는 표준편차 1이상의 커다란 차이가 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 현상은 미국에서 태어난 2세 자녀에게도, 또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온 학생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수학, 과학 잘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이유는 미국교육에서 언어능력이 학력 측정의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SAT, GRE, LSAT, MCAT, 그리고 장차 전문직업인이 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통과하여야 하는 각종 면허시험 등, 거의 모든 시험에서 이 능력은 끊임없이 테스트를 받고 결국 언어사고 및 표현능력이 앞선 사람이 이 사회의 지도자가 되고 있다.

캔사스 주립대의 Betty Hart 교수와 앵커리지 대학 Todd Risley 교수가 공동 연구한 흔히 ‘세살에 3,200만단어 갭’으로 알려진 유명한 논문이 있다. 42가정이 참가한 이 연구에서 이들 가정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전문직업인 13가정, 일반근로자 23가정, 웰페어 수혜자 6가정) 이들 가정의 자녀들이 7개월 나이가 되었을 때 시작해서 3세가 될 때까지 2년 반 동안 매달 한 번씩 각 가정을 방문하여서 한 시간씩 부모와 자녀가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내용을 녹음한 다음 그 내용을 분석해서 통계자료를 만들었다. 그 결과, 이들 가정의 부모-자녀 사이의 대화 내용에서 두 가지 중요한 차이가 드러났다.

하나는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대화중에 사용되는 전체 어휘수, 시간당 단어 사용수, 그리고 단위시간당 사용되는 단어의 종류에 대한 차이이고, 다른 하나는 자녀에게 격려성 또는 긍정적 표현(affirmative) 화법과, 제지 내지는 부정적 표현(prohibitive) 화법의 사용비율에 대한 자료이다.

전문직업인 가정 자녀들은 K학년이 시작될 무렵이면 웰페어 수혜가정의 자녀들보다 약 3,200만번 더 많은 언어접촉을 경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 기간 사용된 어휘 수는 전문직업인 가정은 평균 2,176단어, 웰페어 수혜 가정에서는 모두 974단어로 밝혀졌다.

두 번째 affirmative/prohibitive 화법 사용비율 차이에서는 전문직업인 가정에서는 자녀행동을 격려하거나 긍정적으로 평하는 화법이 한 시간에 약 32번의 사용된 반면, 제지하거나 부정적인 화법은 같은 시간에 다섯 번 사용된 것으로 밝혀져서 6대1의 비율로 격려, 칭찬의 화법이 더 많이 사용되어졌다. 웰페어 수혜 가정에서는 이것이 격려성 5번, 제지하기 11번 해서 한 번 격려 때마다 두 번 이상 제지를 가하는 것으로 거꾸로 나타났다. 이를 일 년 동안 통계를 내어보면 전문직업인 가정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일 년에 약 16만6,000번 격려성 말을 듣고, 2만6,000번을 제지당한 반면, 웰페어 수혜 가정 자녀들은 5만7,000번을 제지 당하고 2만6,000번 격려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논문은 몇 가지 중요한 결론을 내어놓았다. 우선 아이들이 취학 전에 이미 언어기능 발달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기능을 가정에서 갖추게 된다는 것과, 일단 그런 기능을 갖추게 되면 열차가 궤도를 따라 가듯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탈하지 않고 확대, 지속된다는 것이다. 반면, 이런 기능을 갖추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나중에 학교에서 플래시카드로 새로운 단어를 기억 속에 꾸역꾸역 집어넣는 특수교육을 제공해 주어도 일찍 정상궤도에 올라선 학생들을 따라잡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6년 후 이 아이들이 3학년이 되었을 때 다시 실시한 언어 테스트를 통해서 나타났었다.

두 번째 통계자료가 학계에 던진 충격도 만만치 않다. 1년에 16만6,000번을 부모가 “Great job!” “Tell me how you did it,” “You must be so proud of yourself,” 이런 격려와 긍정적인 말을 듣고 자란 자녀와 5만7,000번을 “No. Don’t do it,” “Stop it,” “You so stupid!” 이렇게 기를 꺾는 말을 듣고 자란 자녀들의 자아 존중심이 서로 다르게 형성되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매일 무심코 부모가 던지는 말 한마디가 쌓여서 이런 엄청난 차이가 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두 가지 부모기술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자녀와 함께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녀가 소리 내어 읽을 때 귀를 기울여서 들어주는 것이다. 부엌일을 하면서도 “Ah ha!” “그래?” “그래서?” “Wow!” “Fantastic!” “Wonderful!” “What a story!” 이런 말로 자녀가 신이 나서 읽도록 만드는 방법이 두 번째이다. 새해에는 “하루 10분, 일주일에 50분” 자녀에게 투자하여서 언어영역지능을 이끌어 올려주고, 또 매일 격려하고 칭찬하여서 자아존중심을 일깨워 주었으면 한다.


리처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213)234-8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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