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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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 알아보기 - 주는 기쁨

2009-12-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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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의 특수교육 개론을 한국말로 강의를 한지 벌써 3회째 된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교포사회의 장애인을 돕겠다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스스로의 학비를 내며 10주 동안 매주 한 번씩 저녁시간의 수업을 듣는 분들이다. 가끔 장애자녀를 가진 부모들도 있고 친척 중에 장애인이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교회나 성당에서 봉사하며 그저 남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선뜻 나선 분들이다.

하루 종일 일 하시고 밤에 모여 오후 10시가 되도록 또랑또랑한 눈과 쫑긋한 귀로 열심히 강의를 듣는 모습을 뵈면 그분들에 대한 감사함에 마음이 벅차오른다.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강의는 대학 학점을 이수하는 과정이라 최대한 학문에 가까운 강의에 심혈을 기우린다. 그러다 어느 땐 이런 저런 장애인에 대한 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종교적인 입장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나누기도 한다. 야간강의를 듣는 것이 힘들고 잠이 쏟아져도 누군가를 돕겠다는 생각과 주는 기쁨이 그 모든 것을 승화하게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남과 나누고자 늘 노력하는 것이다. 이 강의를 통해 조그만 변화를 원하는 것이 있다면 ‘주는 기쁨’을 장애인들과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


장애인은 늘 받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우리가 뭔가 마련해 주고 도와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되어 있는 것을 장애인들에게 남에게 베푸는 방법을 가르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베푸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특수교육이라는 인식으로 바꾸고 싶은 것이다. 해가 저무는 때가 되면 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관심을 끌게 되고 거기에 빠지지 않는 사람들이 장애인이다. 물론 일 년에 한 번이라도 관심을 받고 선물을 받는 기쁨을 빼앗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려서부터 장애자녀에게 베푸는 마음을 가르치고 그 기쁨을 가르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한 장애인의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담은 비디오에서 그가 다니던 직장의 상사가 갑자기 사고를 당해 죽게 되자 사무실의 분위기가 무척 무거웠었던 일이 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 장애인 직원이 “네 마음이 좀 어때?”하는 말이 크게 위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누어 준다는 일은 꼭 물질적인 것만은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쉽게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이 있다. 장애인들이 남을 배려하고 돕기 위해서는 그 행동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필요하다. 바로 그것이 장애인을 도와주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비장애인이 돕겠다고 하는 대상이 장애인이 아니고 남을 도와주려는 장애인의 마음과 행동을 도와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장애인 부서가 있는 교회에는 마음이 넉넉하신 분들이 많이 봉사를 하신다. 그러다보니 점심도 미리 다 준비를 해 주시고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는 손수 음식을 먹여주시기도 한다. 그것도 좋지만 장애인 부서에 점심 재료를 가지고 가서 장애인들과 함께 점심을 준비하며 음식을 만드는 기술도 가르쳐 주고 서툴더라도 직접 만든 것은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예배가 많은 교회에서는 예배와 예배 사이에 성전 정리가 있는데 그때도 장애인들도 참여하여 많은 부분은 감당하지 못하더라도 한 줄이나 두 줄만 정리를 하는 것도 장애인에게 일을 가르치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일의 중요성과 남을 돕는 마음을 가르치는 것이라 그보다 더 좋은 교육이 없는 것이다. 교회에서 주보를 접는 일도 하도 화장실에 예쁜 글을 붙이는 일도 하고 주차요원으로 비장애인 분들과 함께 일을 하는 등 ‘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꼭 필요하다.

장애인 단체에서도 도움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노인 단체나 양로원, 유아시설들을 찾아가 인사도 드리고 노래도 하고 함께 책도 읽는 시간을 만들며 ‘주는 기쁨’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애인의 자존감과 일에 대한 의욕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주는 방법과 기회를 많이 마련해 주어야 한다. 연말에 장애자녀를 데리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을 찾아가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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