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는 이름 자체가 빅 브랜드이다. 올 한해 그가 9,970만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선수들이 범접하기 힘든 최고 수준의 기량과 깨끗한 이미지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그러나 그의 불륜 사실이 잇달아 터져 나오면서 브랜드 이미지는 크게 손상되고 있다.
아직까지 큰 스폰서들은 타이거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속내까지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 타이거의 교통사고 소식이 보도된 이틀 후부터 공중파와 19개 케이블 방송의 프라임 타임 대에서 그가 나오는 광고들이 사라졌다.
그동안은 나이키와 질렛 면도기를 비롯해 수많은 제품 광고에 등장하는 타이거를 보지 않고서 TV를 시청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스캔들이 터지면서 그의 얼굴이 나오는 광고가 줄어들더니 스캔들 첫 보도 이틀 뒤 방송된 질렛 면도기 광고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인지는 몰라도 공교롭게 게토레이드 사가 타이거를 앞세워 만들었던 ‘타이거 포커스’ 라인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게토레이드는 “판매 부진으로 몇 달 전에 내려졌던 결정”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게토레이드를 시발로 다른 기업들도 점차 발을 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추락한 타이거의 위상은 장난감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장난감 체인에서 판매되는 타이거 인형은 레귤러 가격보다 33% 정도 싸게 팔린다는 것이 시장 분석가들의 전언이다. 떨어진 가격보다 더 서러운 것은 인기 상품 진열대에서 비인기 상품 진열대로 밀렸다는 사실이다.
전반적인 언론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가십 언론이다. 타이거의 이름값, 불륜이란 자극적 소재, 진실게임이라는 극적 요소 등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 우즈의 스캔들은 가십 언론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호재가 되고 있다.
타이거가 스타일을 구기게 된 것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세계 최고 골퍼로서 타이거가 정말 고민해야 할 것은 그린 위에서의 성적이다. 골퍼에게는 3가지의 터프함이 필요하다고 스포츠 심리학자인 그렉 스타인버그는 지적한다.
뛰어난 스윙과 올바른 스탠스 같은 신체적 터프함, 그리고 자신감과 긍정적인 태도 같은 정신적 터프함, 또 압박감을 주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분노를 조절할 줄 아는 감정적 터프함이 그것이라는 것이다. 타이거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는 선수로 평가 받아 왔다.
스타인버그는 이번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타이거가 터프함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문제는 다른 선수들이 우즈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동안 타이거에게는 ‘난공불락’의 이미지가 있었다. 그와 라운딩 하는 선수들은 이런 이미지에 눌려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스캔들로 그의 인간적 약점들이 노출되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이전과 같은 위협적인 이미지는 행사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런 변수가 내년 타이거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