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퍼 방한 한국언론 ‘푸대접’

2009-12-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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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加 ‘내년 G20 정상회담 공동개최국’ 맞나?

▶ 한국 제대로 아는 ‘친한파’ 절실

캐나다 총리 한국 방문 반응은 어떤가요?
캐나다에서 누가 왔나요?
한국 취재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캐나다 하퍼 총리 방한 성과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기자들은 ‘무관심’했다.
스티븐 하퍼 총리는 6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에 도착해 판문점 방문, 김형오 국회의장 면담 · 국회 연설, 현충원 헌화, 이명박 대통령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러나 국회 ·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하퍼 총리 방한에 관심이 없었다. 상당수 기자는 총리의 방한을 모르고 있었고, 설사 알았더라도 취재에 나서지 않았다.
한국 언론의 관심은 사실 하나였다. 캐나다 쇠고기 개방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이었다.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캐나다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해 수입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며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국언론은 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 관련 발언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캐나다 쇠고기 문제에 대해 우호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본보 9월 25일자 보도)
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 발언에 한국 언론과 정치권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언론은 ‘캐나다에 파견된 쇠고기 안전성 민간 실사단이 친정부 인사로 변질됐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캐나다 쇠고기 수입을 위한 수순이라고 비판했다. 강기갑 의원 역시 보도자료에서 미국 · 캐나다산 쇠고기 모두를 수입금지하고 있는 중국과 20개월 이하만 수입하고 있는 일본은 WTO에 제소당하지 않았다며 캐나다로부터 WTO에 제소당해 쇠고기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은 전적으로 MB정부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캐나다를 방문한 친MB정권 인사는 이명박 정부는 최대한 많은 나라와 FTA를 체결하고 싶어한다며 캐나다와 FTA를 체결하고 싶지만 쇠고기 문제가 걸림돌이다고 말했다. 그는 쇠고기 문제는 국민정서의 문제다며 한국 국민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하퍼 총리의 한국 방한은 MB정부의 대국민 설득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쇠고기 문제가 더욱 해결하기 힘들게 되었으며, 캐나다-한국 동반자 관계를 위한 시발점인 FTA 체결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쇠고기 문제를 해결해 빠른 시일 내에 캐나다와 FTA를 체결하고 싶은 MB정부에게 정치적 부담만 안겨준 방한이었다.
한국 방문 전 중국을 찾은 하퍼는 여행허가지역(destination status)지정, 돼지고기 금수조치 해제 등 큰 성과를 얻은 반면 한국방문의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다만 한국정부를 더욱 부담스럽게 만드는 역효과가 있었다.
캐나다 총리의 국빈방문에 관심이 없었던 한국언론은 스티븐 보즈워즈 미 대북 특사의 방한에는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보즈워즈 특사는 북한 방문이 예정돼 있었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한국 언론에게 푸대접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캐나다는 북한 문제의 제3자가 아니다. 2001년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캐나다는 북한 주유엔대사가 주캐나다 대사를 겸임하고 있다. 캐나다는 한국 주재 캐나다 대사가 북한 대사를 겸임하고 있다. 캐나다는 북한 문제의 제3자가 아닌 중재자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나라이다. 그러나 북한 문제 해결에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캐나다에 한국언론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번 하퍼 총리의 방한은 한국을 제대로 아는 친한파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 고위급 인사가 쇠고기를 해결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국과의 회담 내용을 언론에 흘려 한국 정부에 부담을 주는 세련되지 못한 행동을 해서는 한-캐나다 우호 관계가 증진 될 수 없다. 캐나다가 얼마나 중요한 나라인지 한국에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친한파의 등장이 아쉬운 시점이다.
/이정현 기자 vancouver@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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