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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 자녀훈육은 돌을 씹기보다 어렵다

2009-12-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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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인 훈육 부작용 초래
공감대 키우는 대화 나눠야

추석 연휴동안 세살이 미처 안 된 딸과 함께 집 앞의 상가에 잠시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


상점들은 일 년 중 가장 큰 대목을 앞두고 화려한 장식과 많은 상품으로 준비를 했고, 축제 분위기와 즐거운 기분이 드는 연말 음악이 손님들을 반겼습니다. 저희 딸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 나이의 아이들이 모두 그러듯 마치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뛰어 다니고 아무 물건이나 마구 꺼내는 등 저에게는 아주 곤란하고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제는 저의 원래의 볼일은 사라지고 아이를 어떻게 하면 빨리 추슬러 뒷정리를 하고 돌아갈 수 있는가 하는 게 저의 볼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때 제가 가장 신경이 쓰였던 것은 남들의 이목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저 아이는 누구 아이야?” “집에서 교육을 어떻게 시켰기에…” 하며 얼굴을 찡그릴까 봐 저는 곤혹스러웠고 임상심리학 박사라고 상담을 하고 글을 쓰며 심리학과 자녀 교육에 대한 방송에도 출연하는 제가 그런 말을 듣는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 왔던 것 같습니다.

집에 와서 저는 잠시 상황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얼굴이 붉어지고 마음이 많이 급해져서 볼일도 보지 못하고 돌아온 저는 예전에 한 상점에서 바닥에 누워 떼를 쓰는 아이를 보며 “저것은 아이의 탓이 아니라 부모의 탓이다”라고 단정 지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그것이 경솔한 생각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아이가 떼를 쓰고 말썽을 피우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아이다운 모습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아이는 얌전하고 어떤 아이는 조금 더 말썽 꾸러기일 수도 있습니다. 예의범절을 익히거나 사회적응이 좀 더 더딘 아이도 있습니다. 이런 자녀에 대해 별로 상관을 하지 않는 부모도 있을 것이고, 갖은 노력을 통해 점차 고치려고 노력하는 부모도 있을 것 입니다.

예전의 상점에서 봤던 그 아이의 부모는 전자인지 후자인지 알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런 모습을 향한 사람들의 차가운 이목도 문제이지만, 이런 다른 이들의 눈초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주눅이 드는 부모의 연약한 자신감도 자녀의 건강한 성장에 문제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어떤 부모는 자녀의 문제 행동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 없이 그냥 방관하기도 하고, 어떤 부모는 남의 이목에 너무나 신경을 쓴 나머지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상이 생겨 전반적인 생활에 장애가 오는 분도 간혹 있습니다. 어떤 부모는 부모로서의 교육이 부족해 훈육 때 감정을 주입해서 분노하며 훈육을 하는 등 자녀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상처와 올바른 성장에 장애를 주기도 합니다.

실제로 자녀의 이런 문제 때문에 가족 내의 분쟁이 멈추지 않아 부부 사이에 금이 가거나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이어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가 있습니다.


시부모나 친척, 이웃이나 다른 사람들의 잔소리는 도움이 되기보다는 부모에게 부담과 자책으로 이어져 가중된 스트레스로 자녀 교육에 악영향이 미칠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인기 있는 정치 평론가 및 15개의 베스트셀러 저서를 낸 P.J. O’Rourke는 “세상의 모든 이들은 자녀를 키우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빼고 말입니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정작 자녀가 없는 사람들이 자녀 있는 분들에게 아는 척을 하는 것을 꼬집어 표현한 것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돌을 씹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라는 아랍 속담이 있습니다. 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매사에 자신이 있고 사회활동도 활발하던 사람들도 아이가 아무리 잘해도 울어대고, 힘들게 만든 이유식도 뱉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기운이 빠지고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습니다. 참으로 마음 같지 않고 모든 것이 곤혹스러운 것이 자녀양육이며 엄마의 산후 우울증을 유발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 아이를 다루는 것입니다.

2,400여년 전 소크라테스는 “요즘 아이들은 폭군이나 다름없다. 부모의 양식을 먹어대면서 부모에게 대들고, 열심히 가르치려는 선생들을 괴롭히며 못살게 구는 존재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이란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어른들에게 고민더미를 안겨주는 원천인 것 같습니다.

자녀의 돌출 행동과 크고 작은 실수는 부모가 더욱 성숙하고 지혜로울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삶의 선물입니다. 자녀의 행동이나 말 때문에 평상심을 잃고 흥분하고 분노한다면 그 부모는 그런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부모의 권위를 자녀에게 건네준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체계적으로 개발된 올바른 훈육방법이 발달되어 있어서 배우고 이용할 수 있으며, 공감대를 키우는 대화를 통해 부모는 자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동시에 문제되는 행동을 점차 바로 잡아줄 수 있습니다.

자주 매를 들며 폭력적이거나 비꼬는 언사로 자녀를 훈육하는 것은 무분별하게 자녀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이며 자녀를 위해 지금껏 주었던 모든 사랑과 헌신의 노력을 무너뜨리는 일이란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저스틴 최 <임상심리학 박사>
(714)293-0123, www.drjustincho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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