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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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죽음 둘러싼 잔인한 진실

2009-12-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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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 미나토 가나에 지음


2009년 서점대상을 비롯하여 제29회 소설추리 신인상, 2008년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등 다채로운 수상 내역과 발간 1년 만에 누적 판매부수 70만부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수립한 2008년 일본 최고의 화제작. 열세 살 살인자와 그보다 더 어린 희생자…. 허물어진 현대의 상식을 차가운 시선으로 담아냈다.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어린 딸을 잃은 여교사 유코는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학생들 앞에서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불행한 익사 사고로만 알고 있던 학생들에게 느닷없이 공표된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 나직하고도 상냥한 어조로 시작된 이야기는 점차 잔인한 진실로 이어지고 걷잡을 수 없는 파문으로 치닫는다.


피해자가 있으면 가해자가 있고, 살인범이 있으면 희생자가 있다. 대개의 경우,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엄정히 가린 후에 사건의 진상과 동기를 밝혀가게 된다. 그러나 정말 그것으로 끝일까?

작가 미나토 가나에는 소설의 중심을 철저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평생토록 지워지지 않을 정신적 외상을 입고 살아야 하는 희생자 가족들. 한동안은 슬픔을 나누지만 조금씩 잊어버리거나 그 자체를 하나의 가십거리로 여기게 되는 주변 사람들. 어떤 의미에서든 범죄를 저지르기 전과는 결코 같은 삶을 살 수 없게 된 가해자. 충격을 밖으로 드러내지도 못하고 가족을 향한 본능적인 애정마저 훼손당하는 가해자의 가족들….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의 마음속에 크고 작은 상흔이 새겨지고, 그들의 삶이 영구히 바뀌어가는 모든 과정을 작가는 현미경 같은 시선으로 잔혹하리만치 집요하게 묘사한다.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의 잣대로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고, 상처를 주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마치 자신의 고백인 양 생생하게 전달하는 무서운 신예작가, 미나토 가나에. 그녀의 작가 정신이 단순한 범죄 소설에 그칠 수도 있었던 이 작품을 탁월한 심리 소설이자 심도 있는 사회 소설로 완성해냈다.


이형열(알라딘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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