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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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에서... 성숙하지 못한 외교의 단면

2009-12-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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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이 당선 후 처음으로 컴컴한 저녁시간에 중국에서 서울에 도착했다. 비행시간은 1시간 반 정도의 거리다. 도로변에서 대통령을 환영 못해 많은 시민들이 아쉬워했다. 2일간을 중국에서 소화한 오바마 대통령은 겨우 20시간 한국체류 여유를 갖고 온 것이다. 사전에 짜인 순방 일정시간은 이해가 되지만 처음 방문하는 한국인데다 60년 넘는 전통 동맹관계(Traditional Ally)를 고려했다면 20시간 체류는 너무 짧아 보였다.
한국에 대한 무게를 저울질 했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비난도 나왔다. 다음날 아침 한국 TV에 비친 오바마 대통령 표정은 매우 밝아 보여 일본과 중국에서 얻은 긴장은 풀린 것 같았다. 대통령은 어린 시절 동양인과 지낸 시간이 많아 한국에 대한 친밀감을 보여준 분위기도 감지되었다. 뿐만 아니라 용산 미군기지에는 미국시민들이 거주하는, 미국의 소도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 있어 편안했는지도 모른다.
필자도 용산 미군기지 속에서 미 군사고문단 카추샤로 근무했었기 때문에 이곳 분위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그곳은 미국 정서를 풍기는 치외법권 지대다. 대통령은 이곳에 가 열렬한 환영 속에서 긴 연설을 했다. 미군들과의 접촉은 물론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방문 목적은 크게 한미 FTA 문제와 북핵 문제가 주요 의제였다. 미국 자동차의 한국수입에 따른 관세 인하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도 포함해서 진지한 회담이 오가고 했다는 뉴스다.
비즈니스의 입장에서 미국 자동차의 수입 관세인하는 강력하게 한국에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차의 수십만 대 미국 상륙은 의회뿐만 아니라 미국자동차 생산업계서 큰 반발을 일으키는 산업이다. 미국 자동차는 겨우 몇 만대 한국에 들어온다는데 대한 미국의 감정을 이번에 보여준 것이다. 미국의 불만은 여러 가지 관세와 조건들을 부쳐 미국 자동차 수입을 막아서는 안 되며 상호주의적 원칙에 입각해 무역장벽을 헐자는 의도다. 이점을 한국 측도 충분히 이해 하는 것 같다.
FTA는 근본적으로 자유무역을 통해 관세를 내리고 상호 이익 증대를 목적으로 설립한 기구다. 어떠한 성과가 있을는지는 시간을 두고 보아야 될 것이다. 지난 10년에 걸쳐 한국은 반미해온 나라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방문은 경제적 측면도 중요했지만 한국국민들과의 솔직한 대화를 원했었다. 과거의 감정을 푸는 기회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한미 우정을 높이자는 여론이다. 외교 절차상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서, 한국 대학생 대표들 앞에서 한미관계에 대한 연설 일정이 빠졌다는데 아쉬움이 컸다.
비록 시간이 없어서라는 외교예절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한국민과의 직접대화는 국가외교의 성과이며 외교의 기술이다. 대통령이 할 일이며 국익을 위한 외교활동은 대통령의 의무이기도 하다. 아직 성숙하지(Immature Diplomacy)못한 외교의 단면인가?
<제주도에서>

고근필
전 페닌슐라 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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