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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오 칼럼 - 과잉 보호형 헬리콥터 학부모

2009-11-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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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친 간섭 오히려 해

▶ 자연스러운 성장 유도

Time 시사매거진에서 11월30일자 커버스토리로 다룬 ‘The Case Against Over-Parenting’이라는 매우 공감이 가는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요즈음 젊은 학부모들은 자녀 주위를 맴돌며(hovering around)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가 되어 자녀의 안전과 성공을 위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요구와 간섭이 지나치다는 기사입니다.

한국의 학부모들이 프리스쿨 때부터 자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라고 요구하듯이, Time지의 기사에서는 미국의 한 중산층 이상의 학부모들은 프리스쿨 때부터 자녀들이 글로벌 경제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중국어(Mandarin)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한다고 예를 들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학교에는 한국어 듀얼 랭기지, 즉 이머전(immersion) 프로그램이 각 학년에 하나씩만 있는데, 특히 영어권 타인종 학부모들이 중국과 미국이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므로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중국어를 배우는 기회가 방과 후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해서 그 가능성을 중국 총영사 및 교육담당 영사들과 교섭 중입니다.


60년대 중반 및 70년도에 태어난 젊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에 대한 과잉보호와 지나친 투자가 매우 심각하다고 Time지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들을 너무 꽉 잡고 있어서 자녀들이 마음껏 성장하는데 오히려 장벽이 되고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이들 헬리콥터 부모들은 엄마에게 붙잡혀 있는(mama-tied), 위험하다고 지레 짐작하여 즐거움을 꺼버리는 아이들, 그래서 늘 걱정하고, 모험심이 없는 아이들을 키운다고 Time지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멀리 집을 떠나 대학을 갔는데도 매일 클래스 시간에 맞춰 일어나라고 ‘wake-up call’을 해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녀의 부모가 직장생활로 바쁘다보니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손자손녀들을 과잉보호하는 ‘helicopter grandparents’도 생겨났다고 합니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자손녀들을 데리고 대학 입학 정보 세미나에 참석하는 할머니·할아버지들도 있다고 합니다.

자녀들을 너무 간섭하지 말고 “Leave them alone.”하라고 충고하고 ‘free-range parenting’(방목하듯 양육하기), ‘simplicity parenting’(단순하게 양육하기), ‘slow parenting’(느긋하게 양육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뛰어놀기도 해야 되며, 바로 그 뛰어놀기가 애들의 정신적 신체적 발달에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학부모들이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자녀들에게 가치관과 도덕심을 가르치고 출발을 잘하게 도와준 뒤 자녀들이 혼자 판단하도록 놓아주십시오. 자녀들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도록 두어야 합니다.”(Give them the morals, give them the right start, but you’ve got to let them go. They deserve to live their own life.) 이것이 학부모들이 명심해야 할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경험한 과잉보호형 학부모의 케이스를 들어보면,
1. 한 학부모는 자신이 교육학 박사학위가 있다고 이론이나 리서치가 현실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교사의 모든 점, 학교의 모든 점을 일일이 불만스럽게 여깁니다. 어느 날 자녀가 운동장에서 놀다가 게임하면서 다른 애가 던진 공에 우연히 맞았는데 그 애가 일부러 자기 자녀를 겨냥했다고 우기면서 자녀가 ‘왕따’(bullying) 당했다고 주장하며 학교 전체의 anti-bullying policy를 바꾸어야 한다고 야단이었습니다.

2. 한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벌에 물리면 앨러지가 있다고 요즈음 겨울에 벌도 없는데 애들이 모이는 카페테리아 지역에 벌 잡는 망을 가져 와서 달아달라고 하여 bee traps를 달아놓았습니다.

3. 한 학부모는 모든 field trips(실지 견학)에 자신이 샤프론(chaperone)으로 꼭 따라가야 자신의 애를 field trip에 보내겠다고 주장합니다. 보통 자신의 자녀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감독하는 학부모 자원봉사자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녀 하나만 자신이 직접 지켜야 된다고 말하며 남의 엄마가 자기 자식을 돌보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고 주장합니다.


4. 지난해 한 킨더가튼 학부모는 아이의 덩치가 또래보다 훨씬 커서 킨더가튼 애들이 쉬는 시간에 타고 노는 세발자전거가 너무 작다고 아주 큰 jumbo tricycle을 구해 놓으라고 하여 여러 군데 알아보고 마침내 그것을 구했으나 애가 너무 비만하여 그것마저 작아서 맞지 않았던 일이 있었습니다.

5. 한 학부모는 자녀가 땅콩에 앨러지가 있는데 그 아이의 교사, 보조교사, 카페테리아 직원, 오피스 직원들에게 알리고 Epipen(에피펀) 주사를 맞히는 트레이닝을 했는데도 모든 교직원들을 트레이닝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6. 한 엄마는 자녀의 담임교사가 결근하여 substitute teacher(대리 교사)가 왔는데 그 substitute teacher가 자신의 자녀에게 발표할 기회를 덜 주었다고 앞으로는 그 대리교사를 부르지 말라고 억지를 부렸습니다.

자식을 위해서는 끝까지 모든 것을 요구하는 젊은 부모들 중에 강한 ‘sense of entitlement’(당연한 권리의식)을 가진 helicopter parents가 어떤 커뮤니티에는 그 숫자가 적지만 어떤 커뮤니티에는 많아서 교장과 교직원들에게 많은 도전을 주고 있습니다. 부모의 과잉보호가 자녀들에게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자녀를 위해 젊은 엄마들이 법석을 떨거나(fuss), 안달하거나(fret), 보호막을 쳐도(shelter) 나중에는 자식들을 부모의 생각대로 하지 못한다는 기사를 읽고 저도 몇몇 학부모들에게 Time지 기사 내용을 얘기해 주었습니다. 교육상담 문의: DrSuzieOh@gmail.com

수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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