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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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 알아보기 - 부모의 힘

2009-11-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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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교육부에 가면 늘 만나는 사람이 있었다. 그분은 뇌성마비로 장애가 매우 심해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수백만달러의 특수교육 연구자금을 주무르는 사람이니 누구나 다 그것을 얻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그의 말을 얼마나 잘 알아듣는지 기가 찰 정도다. 그 정도의 장애라면 누구라도 전동휠체어를 탈텐데 그분은 팔로 휠체어를 밀 수 없어 한쪽 발로 땅을 조금씩 밀어 움직이면서도 일반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물론 주변에 들끓는 사람들이 밀어주고 끌어주고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스스로 휠체어를 발로 종종대며 움직일 시간은 없어보였다.

어느 날 나도 그들 틈에 끼어 말을 섞어보려고 했다. 그분은 침도 흘리고 말도 잘 못하시면서도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고 나는 조용히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날 저녁 야구경기를 함께 가자는 제안이 나왔고 누군가 그분이 운전을 하는 차는 타지 않겠다고 농담을 했다.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저분이 운전을 한다니… 농담이었나? 저렇게 심한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면허를 내 준 단말인가?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자 영어도 제대로 못 알아듣는 자신을 한탄하며 그날 저녁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진짜 운전을 하는가 확인도 하고 직접 그분이 운전하는 차를 타보고 싶은 생각에 어느 날 혼자 그분을 방문해 공항으로 픽업을 나와 달라고 요청을 했다. 진짜 왔다. 운전을 하고 데리러 나온 것이다. 그분은 내가 3일 동안 머물며 함께 시간을 한 동안 늘 운전을 했고 내가 믿을 수 없다고 하자 자신도 운전을 한다는 사실이 스스로 놀랍다고 하며 밝게 웃는다. 그분의 말씀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무척 친했고 아버지는 장애가 심한 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 미국생활에 신발 같은 역할을 하는 운전이란 결론을 내렸고 그 후 청소년이 되자 몇 년에 걸쳐 운전을 가르쳐주셨다는 것이다.

뇌성마비의 신체적 특성 중 하나가 자그만 소리나 주변의 자극에도 깜짝 놀라고 근육에 경직이 생겨 몸의 통제력을 잃는 것인데 이분은 운전 중에 놀라기도 하면서 최대한으로 자신의 몸을 통제하며 운전을 하는 것이었다. 면허증을 보았다. DMV에서도 자동차 운행을 안전하게 하는 능력만 시험볼 뿐 장애를 이유로 면허를 거부하지 않는 것이다. 틀림없이 이분의 아버지는 수많은 걱정과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장애가 너무도 심해 그를 보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가 운전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장애를 가진 아들이 미래에 혼자 살아갈 때 가장 필요한 기술이 운전이라고 결정을 한 아버지가 운전을 하게 하는 것이 아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떨쳐내야 했던 그 아버지의 강인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어느 교사보다도 해내지 못했을 일을 아들에게 가장 소중하고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 아버지가 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신체적 조건을 봤을 때 아무도 그와 자동차를 연결해 어떤 상상도 할 수 없을 때 아버지만은 작은 가능성을 볼 수 있었고 그 가능성을 살려낸 것이다. 아버지는 돌아가고 홀로 남은 그는 오늘도 자동차를 타고 자신이 가야할 장소에 마음대로 갈 수 있는 발이 있는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하지만 부모의 요구를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교사도 많고 부모도 스스로 자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얼마나 많은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교육은 교사에게 일임할 수도 없고 교사나 전문가를 무시할 수도 없다. 우리는 오직 장애아동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데 힘을 합쳐야 하고 그 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데 협력해야 한다. 근시안적으로 오늘 하루 수업에서 배워야 하는 기본 학문만 생각할 것이 아니고 모두들 졸업 후 대학을 가야한다는 통념으로 자녀의 교육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장애자녀의 경우 진정 혼자 살아갈 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냉철히 생각하여 부모가 살아있는 동안 꾸준히 가르쳐 익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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