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의문과 역설의 로맨틱 추리소설

2009-11-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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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전3권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일본 추리문학계의 대표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 가장 강렬한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손꼽히는 ‘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발표하는 속속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어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 작품은 특히 손예진과 한석규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한국에서 지난 19일부터 상영 중이다.


유년 시절 비틀린 운명 때문에 슬픔을 간직하고 살아야 하는 두 남녀와 그들을 추적하는 형사의 관계를 그린 ‘백야행’은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극적 설정으로 일본에서는 이미 소설로도 드라마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작품에 대해 작가 스스로 “나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어 완성시킨 작품”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하얀 어둠 속을 걷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백야행’은 모든 것을 가진 듯 완벽해 보이지만 가혹하고 비극적인 운명을 딛고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주위의 모든 것을 희생시키고 이용하는 한 여자와,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지켜주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딘가를 응시하는 눈빛, 슬픔이 가득한 미소, 신비하고 처연한 분위기, 순결하고 빛나는 외모를 지닌 여자 주인공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비밀과 참혹한 욕망을 감춘 채 자신의 성공과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해 나간다. 또한 그녀가 무엇인가를 원하면, 살인보다 더 끔찍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그림자 같은 남자.

하지만 그것 또한 그들만의 방식으로 행하는 ‘사랑’이라는 사실이 도리어 가슴 아프다. 이상한 러브 스토리, 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있다.

한 여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남자,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여자, 죽음을 담보로 한 그들의 수상한 사랑 방정식. ‘백야행’은 끊임없는 의문과 역설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로맨틱 미스터리 소설이다.


이형열(알라딘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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