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유씨가 언젠가 한국일보 ‘생활영어’에서 “Are you on a hunger strike or something”을 설명하며 이런 말을 했다. “한국에서는 정치적, 사회적 투쟁수단으로 단식이 종종 쓰이는 것 같다. 미국에서 30년 이상 살았어도 단식하는 정치인을 보지 못했는데, 한국에서는 툭하면 음식 먹기를 거부한다.
단식은 ‘설마 내가 굶어 죽게 내버려 두기야 하겠나?’ 하는 식이라 사실 좀 웃기는 투쟁방식이다. 단식해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정치인을 보지 못했고, 단식하다 굶어죽은 정치인을 보지 못했다. 대개 투쟁을 포기하고 단식을 중단한다.”
단식은 상대방에게 내 주장을 들어달라는 조건으로 하는 일종의 극한 투쟁방식이다. 단식을 하면 얼마 후에 죽는가를 먼저 알고 난 후 단식을 해야만 원치 않는 죽음을 면할 수가 있다. 보통 마른 사람들은 하루에 2,000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한다. 물론 육체적인 노동자들은 하루에 적어도 3,000~4,000칼로리를 먹는다.
1파운드(0.45kg)는 4,000칼로리이다. 가령 우리가 2,000칼로리를 섭취한다면, 하루 단식함으로 해서 반 파운드의 몸무게를 잃게 된다. 사람이 굶으면서, 온종일 가만히 앉아 있으면 하루의 칼로리 소모량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3일을 굶어야 한 파운드가 줄어들게 된다. 물론 단식을 하더라도 물하고 비타민, 미네랄은 꼭 섭취해야만 한다.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일주일 내로 죽고 만다.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심한 통증과 환각에 시달리면서 죽게 된다.
죽지 않고 얼마나 오랫동안 단식을 할 수 있겠는가? 닥터 클라인에 따르면 아이리시 군인들이 단식을 했었을 때 살이 찌지 않는 군인들은 대략 두 달 안으로 죽었다. 기록적으로 455파운드(207킬로그램)의 몸무게가 나간 군인은 382일간을 단식했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고 했다.
단식을 하면, 몸속의 지방과 근육의 단백질이 없어지고 내장의 크기가 줄어든다. 대략 40%의 몸무게를 잃을 경우 죽게 된다. 40%의 몸무게를 잃으면 죽는다고 했으니까, 20%의 몸무게를 잃었을 경우에는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 만약 30%의 몸무게를 잃었을 경우에는, 단식하는 사람을 강제로라도 병원에 입원시켜 단식을 중단시켜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을 잃게 된다.
모든 국민이 숭앙하고 있었던 영웅 인도의 간디가 종교인과 무슬림 간에 전쟁이 벌어졌을 때,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단식해서 굶어 죽어버리겠다고 말을 한 후 단식에 들어갔다. 인도 사람들은 간디가 혹시 단식하다가 죽을까 봐 겁을 냈다. 그래서 전쟁은 3주가 되기 전 멈추었다.
단식해서 성공하고 싶거든 간디처럼 온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만 한다. 온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 않다면 아예 처음부터 단식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조화유씨가 말한 대로, 한국의 정치인들은 단식해서 성공했거나 굶어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조성내 / 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