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사 감상법

2009-11-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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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시류에 맞는 새로운 언어들을 만들어 유행시키며 사용한다. 요즈음은 ‘감상법’이라는 말을 즐겨 쓰고 있다. 예술 작품에 대한 감상법뿐만 아니라 무슨무슨 감상법 등등, 품격을 한 차원 높여주는 어휘이다.

11월은 비움과 결실, 충만의 계절이다. 11월이 오면 한번쯤은 살아온 시간들에 대해 진지하게 감상 해보아야 하는 것이 감상법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은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얼마만큼 지니고 살아가는가 ‘감사 감상법’이란 제목으로 감사에 대해 감상한다.

이 지구상에는 하늘의 별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이 있다. 그 많은 생명체들이 다 감사할 줄 아는 것은 아니다. 그 많은 생명체 중에 오직 하나의 생명체만이 감사할 줄 알고 있다. 그것이 바로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다른 생명체들은 감사할 줄 몰라도 그 자체가 변질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감사할 줄 모르는 생활을 하게 되면 그 사람 자체가 곧 별도의 물체로 변질되고 만다.


감사하는 마음은 나 혼자만의 마음이기에 있는 그대로 감사를 느끼면 된다. 감사를 느끼는 한 어떤 스트레스나 역경을 이겨내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라면 말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는 곳이다.

동물 중에서도 가장 잔인한 게 인간 동물이라고 하지만 어찌 같은 인간끼리 차마 그럴 수 있을까 싶도록 그곳은 그야말로 생지옥과 다름없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 생지옥 속에서도 살아남는 사람들이 있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전한 모습으로 생존한 기적의 사람도 적지 않다.

도대체 그 비결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정신과 의사들의 연구 보고가 나왔는데 그 비결은 ‘감사하는 심성’이 있어 꺼져가는 삶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는 것이다. 그 생지옥에서 무슨 감사할 일이 있었겠냐고 반문하겠지만 감사의 조건은 그 극한상황 속에서도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도, 감사를 했던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살아 있다는 실감에 감동하고 감사했고, 그 날의 독일 감시원이 뚱보 당번이 되면 오늘은 좀 편해지겠구나 하고 감사를 드렸고, 자리에 누워 쪼개진 판자 사이로 햇볕이 스며들면 “아! 햇볕” 하고 햇볕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고 한다.

어려운 처지에서라도 감사하고 감동할 때 감동 호르몬인 ‘다이도르핀’이 몸에 생성된다고 한다. 감동 호르몬은 사람을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전할 수 있게 하며 편안한 마음, 적이 없는 마음으로 생존할 수 있게 하는 힘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확실히 옛날보다 생활수준이 높아져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는데도 사람들은 더 힘들고 어려워 졌다고들 불평한다. 예수께서 말씀하실 때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신 말은 하늘을 알라는 뜻이요, 사랑을 알라는 뜻이다.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하면 매일 매일의 생활이 감사꺼리다.

11월의 하늘은 우리를 비춰 주는 영혼의 거울이다. 감사의 계절에 돌아보는 감사함이 천근같은 무게로 내 삶에 얹혀 있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주어진 것에 감동할 수 있다면 감동 호르몬이 흘러넘치는 아름다운 인생이 된다는 것이 나의 감사 감상법이다.

김영중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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