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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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오 칼럼 - 학교라는 곳은

2009-11-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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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침체로 교육계도 타격

▶ 학교와 학부모 힘 모을 때

캘리포니아주의 예산위기와 LA 교육구의 과감한 예산삭감으로 올해 2009~2010년 신학년도는 매우 챌린징(challenging)한 해입니다.

학교마다 예산삭감이 미치는 영향이 전교 학생 수와 학교 프로그램에 따라 다릅니다. 제가 일하는 학교의 경우는 거의 75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재학하는 학교인데 연방정부 보조금인 타이틀 원(Title 1) 자금을 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한 푼도 받지 못하고, 학부모들의 도네이션으로 학교 발전 기금을 모으기 위해 학부모들이 부스터 클럽(booster club)을 통해서 펀드레이징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문화의 날’(Culture Day)이라는 기금운동 액티비티로 학부모들이 힘을 합쳐 일하여 하루 만에 거의 2만달러의 기금을 거두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교장으로 17년간 일해 오면서 매년 다른 도전과 기회가 닥쳐오지만 올해처럼 아주 제한적인 인적 자원과 재정적 자원으로 학교를 운영하기는 처음입니다. 올해는 저희 학교의 교감선생님도 예산삭감으로 다른 학교와 share하도록 되어 두 곳의 학교에서 나누어 일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경제위기로 현재 미국 전체 실업자가 10%를 넘는 가운데 학부모들도 경제위기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로 가정생활과 자녀의 학교생활에 정신적 여유나 인내심이 줄어들고 있는 듯합니다.

에듀케이셔널 리더로 일하는 교육 전문가인데 제가 마치 ‘갈등 해소 카운슬러’(conflict resolution counselor)가 된 기분으로 학부모와 다른 학부모, 학부모와 교사, 학생과 학생 사이, 즉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 해소나 중재(mediation)에 매일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듯합니다.

‘비폭력적 커뮤니케이션’(nonviolent communication)으로 유명한 마샬 로젠버그(Marshall Rosenberg) 박사의 책을 두 권이나 사서 저도 읽고 교사들에게도 권장하였습니다. 갈등해소와 문제해결에 대해 계속 배우면서 현장에서 느끼며 경험하자는 뜻에서 참고로 이 두 권의 책 제목은 ‘We Can Work It Out’ 그리고 ‘Teaching Children Compassionately’ 입니다.

제가 늘 말하지만 학교는 우리가 사는 국가·사회의 축소판(microcosm)이요 거울(mirror)입니다. 사회·국가에 경제위기가 있으면 학교에도 경제위기가 오고 사회·국가에 이혼율이 많으면 학교에도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많고, 사회·국가에 범죄가 있으면 학교에도 사회악(social ills)을 가져 옵니다.

학교는 결코 외딴 섬에 홀로 서 있는 조직체가 아닙니다. 학교는 부모와 자녀, 교직원들이 서로 인간적 관계가 이루어진 배움의 환경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어릴 때 학교를 다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또는 자녀들을 학교에 보낸 경험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교라는 조직체(organization)를 이해한다고 쉽게 생각합니다.

성공적인 학교는 그 학교의 비전, 컬처(culture)에 변화가 와야 하고 학교라는 조직체를 이해하고 교육학 공부를 한 교육 전문가가 교육개혁을 교사와 학부모의 여론을 종합하여 천천히 하는 학교입니다. 그 학교의 교장이 단순히 명문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또는 박사학위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몇 달 만에 성급하게 학교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학교 변화는 어느 프로그램 하나만으로 이루어질 수도 없습니다. 어느 프로그램 하나를 사서 학교가 실행하면 그 학교가 갑자기 좋아져서 학부모들이 모여들 것으로 매우 단순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만병통치약(panacea) 같은 한 가지의 해결책은 없기 때문입니다.

학교 변화는 그 과정(process)이 중요합니다. ‘A Place Called School’(by Dr. John Goodland)이라는 책에서도 학교라는 조직체의 특수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전직 교장인 캐나다 교육학 박사 마이클 풀란(Michael Fullan)은 “협동적인 학교 문화를 만드는 일은 긴 발전적 여정이다. 쉬운 지름길이 없는 일이다”라고 말합니다. 학교 변화는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3년에서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학교는 학부모, 교장, 교사, 커뮤니티가 같이 일하는 협력단체라야 합니다. 학생들의 학업 성적이 내려가면 교장과 교사들을 비난하고, 학부모의 물질적 시간적 공헌이 없으면 교직원들이 학부모를 나무라고 해서는 학교가 발전을 할 수가 없습니다. 서로 비난과 변명이 아니고, 서로가 팀이 되어 파워와 책임감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학교란 곳은 학생들의 아카데믹, 감성적, 신체적, 사회적인 발달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학생들의 배움과 교사들의 가르침, 학부모들의 기대 및 요구를 센터피스로 여기며 지속적인 노력과 정열을 가진 교장의 리더십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질문들을 해야 합니다.

·우리들이 누구인가?(Who are we?)

·왜 우리들이 이렇게 하고 있는가?(Why are we doing this?)

·왜 우리들이 이 일을 이런 방법으로 하고 있는가?(Why are we doing this, this way?)

서로가 공유하는 비전 및 가치관(shared vision and values), 학생들이 더 잘 배우도록 하는 협력심(collaboration), 공동의 집중(collective focus), 가끔 노력과 성취한 일을 반성해 보는 대화(reflective dialogues) 없이는, 즉 비전, 가치관, 목표 포커스가 포함된 체계적인 시스템 사고 없이는 조직체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의도, 관심, 행동화 하는 과정을 거치려면 그 학교와 관련된 모든 참여자들의 인간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연구가 나와 있습니다.

‘거미줄이 뭉치면 사자도 잡을 수 있다(When spider webs unite, they can tie up a lion.)고 하는 이집트의 격언을 상기해 봅니다.

교육상담 문의: DrSuzieOh@gmail.com

수지 오 / LAUSD 교장,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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