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지원서 작성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명문 사립대를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이를 통해 얼마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중요하다. 지원서 칸을 단순히 메워가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곤란하다는 의미이다. 왜냐하면 사립대 입학 사정관들은 학교 성적 또는 평가고사 점수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전반적인 면을 파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돋보이고, 빛을 낼 수 있는 지원서 작성을 위해서는 무엇을 고려하고 준비해야 할까? 하버드 대학과 MIT에서 입학 사정관으로 활동했던 앤젤라 엄 보스턴 아카데믹 컨설팅 그룹 수석 컨설턴트가 정시전형을 준비 중인 학생들을 위해 강조한 5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지원서의 질문들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무조건 질문에 답하기보다는 그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 대학 리스트 작성
명문이라고, 합격률이 높다고 해서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특히 합격해도 결국 입학하지도 않을 대학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지원하는 것은 시간관 돈 낭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보험용’이란 막연한 생각에 서류를 보낸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고른 대학들을 살펴보면 균형을 잃어버린 경우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에 들어갈 학생의 상황을 충분히 분석한 뒤, 지원할 대학을 고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학생일 경우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합격할 대학 여부가 아니라, 캘리포니아를 떠나 다른 주에 있는 대학에 꼭 진학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전통적으로 주립대가 강한 곳이다. 이는 텍사스와 일리노이주와 비슷하다. 이 주들은 공립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곳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대학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카네기 멜론이나 존스 홉킨스를 주장한다. 하지만 UC버클리나 UCLA는 이 대학들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우수한 대학이다. 그리고 4년간 학비 등을 생각해 보면 무려 10만달러가 훨씬 넘는 돈이 절약된다. 이런 경우 당연히 학생과 학부모는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지원할 대학 리스트를 준비하면서 재정과 학생의 능력, 성격, 장래 목표 등 여러 가지 팩트(fact)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2. 에세이 주제
대학 지원서에서 에세이가 무조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에세이가 실제로 중요해지는 이유는 이미 학교 성적과 SAT 또는 ACT 등과 같은 각종 평가시험 점수가 이미 나온 상태에서 학생이 자신의 가치를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에세이이기 때문이다. 에세이는 지원서에 기록하는 내용 가운데 가장 자유스럽고, 입학사정관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문이다.
그래서 토픽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에세이를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준비는 많이 했는데 주제가 제 길을 벗어난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주제는 좋은데 내용이 빈곤한 경우이다.
특히 한인 등 아시안 학생들의 에세이 주제를 보면 너무 흔하거나, 서로 비슷한 경우를 많이 본다. 뭔가 독특한 특징이 없으니 당연히 입학 사정관들이 머리에 남지 않는다.
입학 사정관들은 하루에 평균 개인당 40-60건의 지원서를 살핀다. 이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1-2건에 불과하다.
아시안 학생들의 에세이에서 쉽게 발견될 수 있는 문제를 꼽으라면 자기 자랑을 늘어놓거나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이 성취한 것들을 부각시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사실 이런 내용들은 과외활동 기록 란에 대부분 있는 것들이다.
다시 정리하면 호감을 가질 수 있는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사정관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에세이를 써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은 어린 시절 화장실 변기를 고장 냈다가 벌로 화장실 안에 있는 동안 변기를 종이에 그렸던 일을 떠올리며 엔지니어 대한 꿈과 목표를 재밌게 꾸몄다. 그냥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작은 일에서부터 자신의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사정관들은 그 에세이를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3. 인터뷰
미국 내 최상위 30개 대학들은 대부분 지원자들의 인터뷰를 옵션으로 해놓고 있다. 즉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여기서 과연 인터뷰를 하는 것이 유리한지, 아닌지를 놓고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고, 안 하고는 장단점이 있다.
학교 관계자, 동문 등 인터뷰 담당자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그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가 된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열심히 준비해 두면 좋은 평가를 받아 합격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다. 지원한 대학에서 인터뷰 의사를 물어왔을 때이다. 이를 안 할 경우 대학은 지원자가 왜 인터뷰를 하지 않았는지 궁금해 하고, 너무 늦게 이를 하겠다고 나서면 우리 대학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는 신호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때는 반드시 응해야 한다.
인터뷰는 지원자의 부족한 부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다. 확실히 준비가 됐다면 응할 필요가 있다.
4. 지원서
지원서를 작성하는 학생들의 상당수가 단지 묻는 질문에 답한다는 생각으로 작성한다. 그래서 지원서의 질문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관해 전혀 생각해 보지 않는다.
지원서의 질문들은 다 이유가 있다. 당연히 지원자의 모든 면을 뜯어보려는 것이다.
지원서는 모든 내용에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패키지’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각 내용의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즉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기 위한 마케팅을 한다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과외활동을 소개할 때 당연히 가장 중요한 것을 맨 위에 올려야 하고, 다른 내용들이 이와 연결돼야 한다. 물론 이것들이 에세이에 다시 그대로 반복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때문에 지원서를 작성했다고 곧바로 보낼 것이 아니라, 최대한 검토의 검토를 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요즘 세상에서 버튼 한 번 잘못 누르면 그것으로 끝이 될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5. 사실대로 적어라
지원서에 작성한 모든 내용은 사실이어야 한다.
입학 사정관들은 지원서 내용을 살피면서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훈련을 받는다. 그래서 웬만한 것들은 쉽게 찾아낸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것은 이 문제에 있어 아시안 문화가 다소 애매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 아니면 “이런 것까지 설마 확인을 하겠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는 부모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부모의 학력을 묻는 질문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을 뿐 최종 학위를 받지 못했는데도 이를 기재하거나, 학력이 낮은 것이 부끄러워 아예 적지 않는 것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아버지가 초등학교만 나왔다고 해서, 집안이 빈곤하고 지원자가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다. 오히려 대학 측은 이런 환경 속에서도 학업에 최선을 다해 우리 대학에 지원했다는 사실을 훨씬 중시하고, 이 지원자에게 약간이라도 어드밴티지를 제공하려는 게 대학들의 입학사정 자세이다.
명문 사립대 지원을 준비 중이라면 지원서를 통해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연관성 등을 세심히 살피고 작성해야 한다. 고교생들이 카운슬러와 상담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황성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