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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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 알아보기 - 위기와 기회

2009-11-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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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스포츠를 참 좋아한다. 광팬으로 불릴 만큼 특정 선수의 스코어를 꿰고 있거나 팀의 유니폼이나 기념품을 구입할 정도는 아니지만 거의 모든 종목의 프로게임을 TV를 통해 보며 삶을 비쳐보는 것이 취미다.

뉴욕 양키스의 승리로 끝난 2009년 월드시리즈 야구도 그렇고 요즘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 미식축구의 미네소타 바이킹팀의 게임을 보며 선수들이 겪어내야 할 위기의 상황을 보며 가슴이 조이고 피가 마르는 것 같다. 거의 진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긴장을 이어가 몇 초를 남기고 결국 승리의 터치다운을 얻어낸 파브스의 배포는 익히 알지만 이제 나이가 지긋해진 박찬호 선수가 공을 던지러 마운드에 올라섰을 때는 아직도 내가 더 떨렸다.

나는 내 자신이 그런 위기상황에 처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할까 늘 생각을 해본다.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 할 것도 같고 차라리 그런 상황을 피해 도망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것도 같다. 그런데 위기의 상황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다가도 마음속에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생각은 그 상황을 이겨내야만 스타가 되는 것이니 오히려 자원을 해서라도 스스로 그 위기상황으로 뛰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봐도 마지막까지 위기가 계속되어야 재미있지 초반부터 승부가 갈리는 게임은 재미가 없지 않은가? 그러기에 우리 삶에서도 위기라는 기회가 없이는 진정한 자기실현이라는 영광이 있을 수 없다는 고민에 빠지곤 한다.

위기상황에 뛰어들 용기와 그것에 대처하는 능력은 어떻게 생기는가 하는 연구들이 많다. 대부분 그런 용기는 어려서부터 작은 일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성공 경험을 쌓아갈 때 생긴다는 것이다. 즉 실패의 가능성을 가진 낮은 위기상황을 성공적으로 헤쳐 내는 기회를 많이 갖는 데서 오는 것이니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그래서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아무리 힘이 들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 위기상황을 피하기보다는 그런 기회를 얻고자 노력들을 하는 것이다.


비장애아동들은 어려서부터 부모의 격려로 많은 기회를 갖게 되고 또 그들에게 맞는 적당한 수준의 도움을 받아 성공의 기쁨을 느끼며 스스로 위기를 이겨내는 힘을 기르게 된다. 그에 반해 장애아동들은 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낮은 기대 수준과 어른들이 필요 이상의 도움을 주어 아동이 겪어봐야 할 위기를 미리 다 막아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살아가면서 필요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학습이 늦은 장애아동에게는 오히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비장애아동보다 적게 주어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가 능력이다. 즉 어느 정도 위기를 이겨낼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위기가 기회가 되는 것이다. 아니면 위기 때마다 실패를 할 것이고 그 실패의 경험은 사람을 무능하게까지 만들 수 있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장애아를 돕는 봉사자나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바로 장애아동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패의 경험을 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라고 변명을 한다. 하지만 위기가 가져오는 부담과 해결하는데 필요한 능력은 각 위기마다 차이가 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장애아동이 잘하는 정도를 아는 것이다. 그래서 정도에 맞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 주는 것이고 스스로 해결하도록 적당한 시간을 배려하는 것과 도와주는 양을 조절하는 것이 특수교육의 핵심이다.

장애아의 가정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니라면 시간이 좀 걸리거나 어른의 마음에 들 정도로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더라도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스스로 해보도록 기회를 주어 혼자 해내야 하는 위기의 상황에서 성공이라는 경험을 갖는 기회를 얻어내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김효선 교수 /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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