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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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요리 시작과 끝을 알리는 쉐리와 포트

2009-11-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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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 와인 쉐리 드라이한 맛 식전주로 애용
달콤하며 도수 높은 포트는 식후주로 제격

쉐리와 포트 와인이 강화 와인이라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코스 요리를 먹을 때 드라이한 맛의 쉐리는 식전주로, 그리고 스위트한 맛의 포트는 식후주로 주로 마신다.


식사 전에 알콜이 조금 들어가면 위가 자극을 받아 식욕이 왕성해지는데 쉐리는 산화된 와인의 향이 느껴지면서 입안에 침을 고이게 만드는 식전주의 대표격이다. 또한 식후에 디저트 와인으로 마시는 포트는 포만감을 없애주는데, 알콜 도수가 높고 달콤하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와인의 부드러운 풍미와 브랜디의 강한 맛과 견과류의 고소한 향이 일품인 식후주이다.

비즈니스 디너의 마지막 부분 즉, 디저트 코스에서 제공되는 치즈는 단지 디저트의 한 종류하는 의미를 뛰어넘어 문화적이며, 인격적인 모든 관문을 통과한 후 그 사람의 미식가적인 수준을 가늠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즉 제대로 접대를 하겠다 하면 디저트 중에서 과일이나 케익류가 아니라 그 나라 그 지역을 대표하는 최고급 치즈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것도 치즈 모듬이 개별적으로 달랑 제공되는 게 아니라 웨건(치즈 트롤리)이나 큰 접시 등에 여러 종류가 담겨서 나온다. 여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골라 바로 그 자리에서 제대로 잘라서 먹을 줄 알면 서양 사람들은 ‘저 사람 뭘 좀 아는군’ 하며 보는 눈이 달라진다.

프랑스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 샤를 드골은 어느날 프랑스인의 변덕스런 정치적 구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유명한 이야기를 남겼다. “당신은 과연 어떻게 300여종 이상의 다양한 치즈를 만들어내는 나라를 다스리려 하오?” 그것은 그만큼 다양한 프랑스의 문화를 대변하는 것이 치즈라는 것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전라도식 온갖 젓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 사람이 창란젓, 밴댕이젓, 무슨 젓 하면서 척척 알고 젓갈을 맛나게 먹을 줄 알면 한편 신기하고 놀랍기도 하면서 왠지 그 사람에게 친근함을 느끼게 되지 않겠는가. 따라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반드시 서양 미식의 최고봉인 치즈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통상 만찬이나 리셉션 파티에서는 대규모의 인원이 모이게 된다. 리셉션은 그저 음식을 먹고 마시는 자리라기 보다는 서로간의 대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이다.


보통 식사 시에 한 테이블에 8명에서 10명이 앉을 수 있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테이블에 앉은 사람 이외에 멀리 앉은 사람과 대화의 제약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식사를 하는 도중 자리를 떠 술잔을 들고 왔다갔다 하다보면 좌중이 소란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식사 전 장소 한쪽에 칵테일 장소를 마련해 놓는데 도착한 사람들은 착석하기 전에 우선 이 곳에서 한 두 잔의 칵테일이나 샴페인을 마시며 서로 대화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때 서로간의 대화는 가벼운 화제로, 주로 덕담을 나누는 것이 무난한데 종교나 정치적인 문제, 또는 지나치게 사적인 질문은 피하는 게 좋다.

또한 문화에 대한 대화의 금기사항은 매우 다양하므로 특히 외국인이나 특별히 신경써야 할 대상이 있는 경우 미리 철저히 대비하고 상대방이 먼저 화제를 꺼내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수시로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해서 매너에 흐트러짐이 없는지 주의 깊게 살핀다. 자기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는 잔이 아래로 기울어져 있거나 칵테일을 마실 때 잔을 젖혀서 마시지는 않는지 체크한다.

와인을 마실 때 턱을 올려서 머리를 들고 마시는 자세는 피해야한다. 여성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장면으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 생각하여 손에 아무 것도 들지 않는 사람이 더러 있는데, 파티에 참석하면 형식적으로라도 손에 칵테일 잔이나 주스 잔을 들고 있는게 좋다.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으면 손 처리가 어색할 뿐만 아니라, 파티장에서 잔을 들고 있지 않은 사람은 종업원 뿐이기 때문이다.

식전주로 추천할 만한 스페이산 쉐리 와인(왼쪽)과 알콜 도수가 높고 달콤해 디저트 와인으로 애용되는 포트 와인.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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