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눈높이 맞춘 대화 기본
실패 탓하지 말고 격려해야
최근 인구 조사에 의하면 현재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인은 약 134만 명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중 약 73%의 이민 인구가 한국태생이라고 합니다. 이 수치는 대다수의 미주 한인가정이 한국적인 가치관에 바탕을 둔 생활 속에서 자녀와 대화하고, 훈육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개방적이고 판이한 문화와 언어 속에서 자라는 2세의 자녀에게 부모님의 지나치게 엄격한 모습과 일방적인 대화 스타일은 거부감을 주어 공감대를 이루는데 장애를 일으키고 나아가 자녀의 인생 속에서 앞으로 다가올 중요한 결정에 부모가 참여하지 못하는 어려움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미주 한인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은 많은 한인 분들이 직장과 일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입니다. LA와 오렌지카운티에서는 전체 한인의 75%가, 뉴욕에서는 무려 86%가 자영업이나 한국회사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대부분의 한인가정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고 우리의 한인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못하고 자라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결과입니다.
가족 상담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부모와 자녀사이에 문화적인 그리고 언어적인 차이가 너무나 크고, 이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이해감과 공감대의 형성이 이루어 지지 않아 아무리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해도 서로 다가갈 수 없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이런 가정의 자녀는 마음속에 사랑하고 아껴주는 부모님의 모습이 각인 되지 않고, 마음 깊숙이 외로움을 느끼고, 삶속에서의 목적의식을 찾는데 어려움이 겪게 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런 이민 가정의 어려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힌트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부모는 자녀와의 대화 속에서 공감대를 이루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자녀가 말을 시키면 TV 소리를 줄이거나 신문을 내려놓고, 눈을 맞추면서 대화에 임해야 합니다. 자녀의 질문에 집중하고 어떤 의도로 자녀가 말을 하는지 파악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쟤는 왜 자꾸 저런 얘기를 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그냥 넘어갈게 아니라 직접 물어보고 생각도 해봐야 합니다. 그런 후에 긍정적인 대화법으로 공감대를 이루어 나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요즘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 하다는 식의 표현을 하면 “무슨 소리야. 요즘 엄마가 얼마나 바쁜데, 얘가 정말 배부른 소리를 하네” 등의 자녀의 표현을 무시하는 답 보다는 “그래, 정말 함께 시간을 보낸 게 한참 된 것 같구나” 등의 긍정적인 대답으로 엄마가 너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표현을 간접적으로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둘째, 자녀의 “부모 귀머거리증”을 이해해야 합니다.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불만을 자주 토로합니다. 뭘 시켜도 잘 하지 않고, 아무리 얘기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다고 말합니다.
여기에는 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의 사회학 연구 조사에 의하면 보통 부모들이 자녀에게 하루에만 약 2,000개의 지시를 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하루를 함께 생활하면서 자녀에게 하는 거의 모든 말과 행동이 지시 형이라는 뜻이며 이것은 자녀가 부모에게서 매년마다 약 73만개의 지시를 들으며 생활한다는 것 입니다. 자녀는 “부모 귀머거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잔소리나 야단을 치기 전에 “말 대신 어떻게 하면 행동으로 보여주고 유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책을 읽어라” 라는 지시 대신 부모가 직접 TV 시청을 줄이고 자녀와 주말마다 도서관에 가서 독서하는 모습을 평소에 몸소 보여준다면 자녀가 책을 멀리 하려고 해도 가까이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셋째, 자녀의 자신감을 키워 줘야 합니다. 자신감이 있는 자녀는 긍정적인 세계관을 지니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점점 자신의 일을 계획하고 처리할 수 있는 독립심이 생기며 개척정신과 도전의식의 기본이 되는 호기심이 발달되게 됩니다.
자녀의 자신감을 키워주려면 부모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는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자녀에게 부모가 함께 하고 있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해줘야 합니다. 자신감을 키워주려면 자녀의 능력에 맞는 기대를 해줘야 하며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위축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여기에 좀 더 구체적인 칭찬과 꾸중으로 섣부른 허영심이나 부정확한 자아개념 대신 올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자녀의 자신감에 효과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넷째, 자녀들이 비디오 게임을 왜 그렇게 즐겨하는지를 이해하면 우리는 자녀의 실수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비디오 게임은 실수를 자연스러운 배움의 일부로 인정하고, 실수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더 빠르게 배우도록 유도합니다. 반대로 우리는 부모로써 자녀가 실수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합니다.
자녀가 실수를 할 때 질책하거나 얼굴을 붉히고, 때로는 냉소를 하면서 “실수는 나쁜 것” 이라는 표현을 간접적으로 합니다. 자녀에게 잔소리나 야단을 쳐서 실수를 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 보다 실수를 통해 힘들어 지는 상황을 경험으로 느끼도록 도와주면서 자녀 자신이 앞으로는 능동적으로 실수를 피할 수 있도록 해줘야 책임감 있고 더욱 독립성이 강한 자녀로 자랄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에게는 자녀의 삶의 나아갈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기회와 의무가 있습니다. 성공적인 삶과 행복한 삶은 동일하지 않으며 이 두 가지가 자녀의 삶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성공적인 자녀교육이 이루어 졌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학교로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전에 우선 삶의 행복을 누릴 수 있고 책임감 있게 살 수 있는 자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성공적인 자녀교육의 지름길일 것 입니다.
저스틴 최 <임상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