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거의 모든 성인은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고, 그 신용카드의 평균 이자율은 15%가 넘습니다. 저는 신용카드 이자율이 25%, 심지어 30%가 넘는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가끔 teaser rate으로 처음 몇 개월은 낮은 이자율을 제시하는 카드도 있지만, 이것도 그 기간만 지나면 곧 10~20%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이렇게 높은 이자율은 개인의 정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 할 만큼 문제가 있는데, 예를 들어, 신용카드 빚이 5만불 있고 이자율이 24.99%이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매월 1,041불씩 내도 평생 원금을 1센트도 갚지 못합니다.
어떻게 미국과 같이 합리적인 나라에서 이런 일들이 용인되고 또 널리 행해지게 되었을까요?
불과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자율을 규제하는 anti-usury law가 주마다 제대로 작동하고 있어서 현재와 같은 이자율은 법에 의해 금지되었으며, 감히 상상하기조차 힘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1978년 연방대법원이 Marquette National Bank of Minneapolis v. First Omaha Service Corporation 사건에서 주에서 정한 anti-usury law는 타주에 본점을 두고 있는 national bank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합니다. 예를 들어, 이자율이 8%를 넘지 못하는 A주에 거주하는 사람이 최고 12 %까지 이자율을 부과할 수 있는 B주에 본점이 있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경우 12% 이자율이 부과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을 통해 대형 금융기관은 본점을 높은 이자율이 인정되는 주에 설치하면 소비자가 어느 주에 거주하느냐에 상관없이 전 미국에서 그 이자율을 적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먼저 Citibank는 농업이 주의 경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South Dakota의 주지사와 의회를 설득하여,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Citi Card 본점을 옮기겠다고 하고 이를 위해 이자율 제한을 없애도록 합니다. 이렇게 South Dakota에서 이자율 제한이 없어지자 이후 다른 national card company도 South Dakota에 본점을 설치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자 친기업 주(state)로 알려진 Delaware도 이자율 제한을 없애게 되고, 다른 주들도 지역 금융기관이 national 금융기관과 경쟁할 수 있도록 이자율 제한을 대폭 완화하게 됩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낮았던 이자율이 점점 높아져 이제 미국에는 사실상 이자율 규제가 없는 상태입니다. 또한, credit industry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는 이제 내용이 아닌 절차에 대한 review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높은 이자율을 부담하며 신용카드를 사용하신 분들 중 제가 본 많은 분들이 더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이자율과 각종 fee로 인해 매달 미니멈 페이먼트만 겨우 하거나 이마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규제를 받지 않는 이자율로 인해 평범한 시민들이 매달 버는 돈을 모두 써도 원금은 고사하고 신용카드 이자 갚기에도 벅차게 된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감당할 수 없는 신용카드 빚에 눌려 파산신청을 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고 비난할 수 만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파산제도는 변화된 상황하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매커니즘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현재 미국에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인 안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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