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알아보기 - 성인장애인의 공간
2009-10-26 (월)
오랜만에 한국을 가면 늘 뭔가 한가지씩이라도 달라진 것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하다. 언젠가 택시를 타고 오랜만에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서울 거리를 열심히 바라보며 눈인사를 하다가 여기저기 걸린 현수막에 쓰인 글씨를 보고는 눈을 의심했다. 그동안 미국을 방문한 특수교육 관련 전문인들을 통해 한국의 장애인 복지와 교육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설마 이럴 정도일까 할 정도로 너무 놀랐다. 각 동네마다 “재활 용품”을 수집한다는 현수막이 걸릴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장애인의 재활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더욱이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재활용품을 모을 정도라는 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어떤 용품들을 수집하는 것이고 누구에게 주는 것일까 궁금해 하자 옆에 있던 사람이 웃으며 답하기를 “재활용품”이 아니라 “재” 활용품이라는 것이다. 사용했던 물건들을 수거하여 다시 쓸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아! 너무 오래 떨어져 살았던 것일까? 띄어 읽기도 제대로 못해 의미를 왜곡하다니 참 웃어넘길 일만은 아닌듯했다.
현수막까지 걸리지는 않지만 미국에서의 재활용은 오래전부터 꽤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에 와서 누구나 처음 생활을 준비하며 살림살이를 구입하기위해 가는 곳이 있다. 바로 굿윌(Goodwill)에서 운영하는 재활용 상점이다. 나는 지금도 재미삼아 가서 이것저것 돌아보며 시간을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 새 것을 장만하기 전에 싸게 사서 사용해 볼 수 있는 물건을 찾는 날은 복권이라도 당첨된 기분이 되어 즐겁기 그지없다. 처음 골프를 배우려고 할 때 7번 아이언을 1불에 사들고 와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한쪽 다리만 사용해 스키를 타는 나는 두 쪽의 값을 지불하고 나서 한 쪽만 들고 와도 아깝지 않은 가격이라 좋다. 이 상점의 물건을 통해 미국사람들의 가정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 재미있고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책이나 음반 등을 뒤지는 재미가 쏠쏠해 자주 간다. 또한 집에서 쓰지는 않지만 쓰레기통에 버리기는 아까운 물건들을 가져다 마음 편히 기부를 할 수 있는 곳이라 좋다.
그런데 이 재활용 기관이 운영되는 배경에는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 지역사회에서 기부되어 들어오는 물건들을 종류별로 구분하는 일에서부터 고장 난 전자제품을 고치는 일을 배우고 작동하게 만들어 재활용을 할 수 있게 하는 일까지 장애인들이 실질적인 일을 배울 수 있는 현장인 것이다. 장애인들의 장애 정도에 따라 여러 단계의 일을 배우고 보다 나은 취업의 기회를 배우는 프로그램이 조직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 적성에 따라서는 매장에서 물건을 정리하거나 판매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처음 일을 배울 때는 작업코치가 옆에서 일을 함께 하며 가르치고 취업을 하면 작업을 배우고 직장에 적응을 하도록 도와주는데 이런 취업모형을 지원고용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IMF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로 시작되어 국민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아나바다”운동이 요즘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미주지역에서도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운동에서도 우리 한인사회에 살고 있는 장애인 프로그램이 함께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한인 중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인식조차 하지 않고 살아가는 일도 없어야 하겠지만 장애인 프로그램이 미국사회복지 제도에 의해 운영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을 해서도 안 된다. 한인교포사회가 성장하고 성숙해지면서 한인 장애인들의 문제를 교회나 소수의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보호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한인사회 전체가 장애인들이 한인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도록 배려하고 조직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주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비장애인의 경우에도 한인사회에 모여 살며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편안함을 추구하며 산다. 성인 장애인도 같은 문화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살 수 있도록 한인교포사회에서 그들을 포용해야 한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