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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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이 단풍뿐이랴

2009-10-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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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기다림의 계절이 아니라 그리움을 향해 찾아가는 계절이라고 한다. 먼 길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 , 이는 가을이면 찾아오는 향수와 같은 여심이다. 가을 단풍을 보러 가자는 문우의 제안이 있어 선뜻 그러자고 했다. 자연의 순열한 입김을 피부로 느끼며 가을바람을 쐬고 싶어서였다. 내 삶의 따뜻한 동반자가 되어 주는 문우들과 의기투합해 1박2일로 비숍을 향해 여행길에 올랐다. 우리들은 수확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처럼 설레었고 즐거웠다.

도심을 벗어나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몇 시간 달리자 창밖에는 가을하늘 아래 산이 있었고 광활한 모하비 사막의 풍경이 나타났다. 침묵한 사막을 가득 채운 이름 없는 풀포기들과 돌들, 소금평야, 사막에서 만나는 사막의 아름다움이었고 사막은 살아 있었다. 무한한 자연의 사막을 찬양하며 그 신비한 매력에 매료 되어 신의 위대한 창조의 능력에 다시금 고개가 숙여졌다.

가을바람, 가을햇살, 가을색깔, 가을냄새, 온통 가을에 도취 되어 어느 결에 목적지에 도착 되었고 우리일행은 단풍이 손짓하는 숲속으로 향해 깊이깊이 들어갔다. 단풍이 들기 시작한 산골짜기의 풍경은 선명한 색깔들로 수려한 풍경을 이루고 있었으나 적막감을 안겨주었다.


청결한 계곡의 물소리, 절벽 같은 깊은 계곡, 물들어 가는 나무 색깔들, 우뚝 우뚝 솟은 암석들, 꾸불꾸불 한없이 도는 산길, 숲 속에서 풍겨나는 맑고 싱그러운 기운, 대자연의 품에 안겨 그 속에 절로 동화 되어 일체감을 느낄 때 우리는 일상생활의 먼지를 깨끗이 털어 내는 정신의 세척이었다.

크신 어른으로 좌정한 아름다운 산, 태초에 우리를 찾아온 높이 1만4,497피트의 위트니 산은 우리를 압도 했다. 모든 생명을 품고 깊은 사색에 잠긴 산은 위엄과 자애를 겸한 권위의 산이 었고, 자연의 굳건한 의지로써 존재하는 산이었다.

손이 시릴 만큼 맑은 계곡의 물, 그 물소리에 취해 내 가슴도 물이 되어 오래 오래 마음속에 두었던 슬픔과 어지러운 마음들을 흘러 보냈다. 단풍이 든 나무들은 황금색으로 타오르며 아름다운 이별을 연출한다. 가을은 푸르름을 사라지게 하지만 동시에 미래의 푸르름을 예비하는 계절이다. 조락은 절망과 희망을 함께 품고 있다. 묵은 생명을 떨쳐 버리지 않고는 새잎을 펼쳐 낼수 없는 엄숙한 생명의 원리이다.

자연은 우리를 편안하게 하고 멈추어 서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가을이 나를 교훈하고 깨우치는 바는 크고 많다. 낙엽을 밟으며 낙엽과 같은 내 인생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다. 때가 되면 저 낙엽처럼 다시 흙으로 돌아갈 텐데, 아웅다웅 하지 말고 착하게 살자고 다짐한다.

가을처럼 투명한 눈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가슴이 되어 주며 서로 돕고 산다면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어찌 단풍뿐이겠는가. 맑은 가을의 향기로 정신이 재충전 되니 사라져 가는 것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선한 눈길 따라 불붙는 가슴이 된다.

김영중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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