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살던 동부, 17년간 목회하던 교회를 떠나면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그 교회도 새로운 목사가 와서 새 비전을 펼치고 저도 목회 후반전을 다시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다행히 성도들이 기꺼운 마음으로 보내주셨습니다.” 볼티모어 출신 노진준(50) 목사가 18일(일) 오후 2시 위임예배를 갖고 이 날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세계로교회(1720 Cesar Chavez Ave., LA)의 제2대 담임으로 취임한다. 1976년 17세의 나이로 이민 와 타우슨 대학교를 거쳐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를 받고 변증학으로 박사과정을 이수한 노 목사는 약 10년간 유학생수양회 ‘KOSTA’에서 ‘지성과 영성’에 대해 강의하는 등 참 신앙의 모습을 늘 고민하는 목회자.
가정·직장에서 바르게 살게
전인적인 크리스찬으로 양육
윤리성 회복 말만하지 말고
교회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그는 이상적인 교회상을 묻는 질문에 “교회는 하나님의 주권이 온전히 인정되는 ‘하나님의 몸’으로 회복되어 교인들을 전인적인 크리스천으로 양육, 그들의 사역 현장이 교회가 아닌 세상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며 “교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 믿음이라는 착각에서 탈피해 교인들이 가정, 직장, 사회에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도록 가르치는 일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교회가 세상과 너무 분리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제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을 지금보다 훨씬 희생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가정에서 화목을 이루고 직장에서 진실과 정직으로 인정받는 크리스천이 되어야 합니다.”
기독교가 종종 사회에서 비판받는 현실과 관련, 노 목사는 “세상은 우리에게서 지금과 다른 모습을 기대한다. 오늘날 교회에 필요한 것은 윤리성의 회복이다. 윤리가 기독교의 본질은 아니지만 시대가 그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면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사람들은 진리를 보기를 원한다. 교회는 이제 말만 하지 말고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못할 때 지탄과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뚜렷한 생각을 갖고 있다. “내부적 운영, 행정, 교회 정치 등 여러 면에서 변화가 필요하지만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마틴 루터가 1517년 종교개혁을 할 때도 이미 여건이 성숙한 상태에서 개혁의 횃불을 일으키기 위한 성냥을 그었을 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처럼 모두가 필요성을 공감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개혁의 ‘무브먼트’가 일어나야지요.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분명한 그림이 우리 마음 속에 그려지고, 그것을 보고 현재의 자화상을 직시할 때 비로소 우리는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바꾸려고만 하면 과격해지고 길을 잃기 십상이지요.”
세계로교회 목회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개척교회 시절 시행착오와 실수도 많았고 필요와 상황에 떠밀려 즉흥적으로 한 일도 있었다”고 자신을 투명하게 드러내 보인 뒤 “이런 목회를 하겠다는 비전은 아직 뚜렷이 없지만 꿈꾸는 변화는 있다. 우선은 지난 10년의 사역을 이해하는 작업에 집중하겠다. 그후 그것을 정리해 지금까지 효과적으로 해 온 사역을 더 잘 하도록 돕겠다”고 답했다.
“목사의 권위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은 예수님을 닮은 온유한 모습에서 나온다”고 ‘섬김의 리더십’을 강조한 노 목사는 “숫자로부터 자유로운 목회를 하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노성미 사모와 2남1녀(영우, 승우, 명우)를 두고 있다.
<김장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