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 동안 자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연구비나 교육비 책정도 많아졌고 모든 영역의 특수교사 양성 프로그램에 자폐아동의 교육방법에 대한 내용을 의무적으로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교수들 간에도 자폐아의 발생률이 점점 높게 발표되는 현상을 보고 유행성 질환으로까지 우려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연 자폐를 현대인에게 걸리는 유행병으로 봐야 할까?
자폐는 전반적 발달장애의 한 종류에 속하며 자폐로 판정을 받은 아동들의 능력은 고기능에서 저기능까지 다양한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스펙트럼 장애라고도 한다.
전반적 발달장애는 레트증후군(Rett’s Disorder)이나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Disorder)처럼 보다 경한 장애를 보이는 경우부터 자폐(Autism)나 통합력의 장애, 또는 타증후군으로 변별되지 않은 발달장애를 포함하는 경중도의 장애를 보이는 경우까지 다양한 아동들이 자폐로 판정을 받고 있다.
자폐라는 단어는 1943년 존스 홉킨스 병원의 레오 케너(Leo Kanner) 박사가 혼자 노는 행동과 같은 행동을 고집하는 행동패턴을 보이는 유아를 자폐성 유아라고 부르며 시작되었다. 그 후 점차 많은 아동들이 자폐로 판별되었고 2006년에 175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는 질병통제국 발표에 이어 지금은 거의 100명 중 1명꼴로 자폐진단을 받고 있으며 여아보다 남아에게서 높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자폐아동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성을 볼 때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으나 자폐아동으로 판정되는 아동의 수가 지난 10여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현상은 특수교육에서 많은 예산이 학습장애로 유입되며 학습장애로 판정받는 학생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현재 특수교육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자폐의 특성으로는 사회성 결여와 의사소통 능력의 결여를 들 수 있다. 그들은 혼잣말을 중얼대거나 남의 말꼬리를 잡아 반복적으로 복창으로 하기도 하고 혼자만의 손놀림과 앞뒤좌우로 몸을 흔들어대는 상동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 특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마치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실제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고 가끔 놀라울 정도로 독특한 기억력을 보인다거나 음악적 재능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자폐는 사회성과 의사소통에 장애를 가지고 있으나 천재적 잠재력을 보유한 특별한 사람이란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조기에 자폐로 판정을 받았던 아동 중 많은 아동이 차후 자폐가 아닌 것으로 판정을 받는 비율이 높다. 그것은 자폐가 나은 것이라기보다는 처음 판정이 잘못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옳다.
자폐의 원인은 아직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뇌기능과 신경기능의 장애로 보고 있으며 환경적인 요인 또한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본다. 자폐뿐만 아니라 어떤 장애라 하더라도 부정적인 편견으로 보거나 전염이 되는 유행성 질환으로 보는 것도 옳지 않지만 장애를 질병으로 생각하고 나아야 한다고 보는 것도 바람직한 대처방법은 아니다.
한국에서 70~80년대를 지낸 사람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방이나 마루에 놓았던 난로를 기억할 것이다. 그 난로에서 나오는 연기를 길게 연결한 연통을 통해 밖으로 뽑았는데 그 연통은 양철로 만들었다. 난로의 연통은 양철 판을 나무로 두드려가며 둥글게 만들었는데 한번 썼던 연통을 펴서 재활용을 하기도 했다. 재활용을 한 연통은 새 양철로 만든 연통에 비해 연기를 밖으로 빼내는 기능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우그러졌던 상처는 아무리 나무로 두드려도 새 양철처럼 반반해 지지는 않는다.
장애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장애가 없었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능을 높이기 위해 조기 교육과 다양한 경험과 훈련을 하며 기대수준을 낮추지 않아야 한다. 자폐아동의 경우도 비현실적인 기대감이나 이질감을 가지고 대하기보다는 규칙적인 환경을 마련해 주면서도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주기 위해 작업치료와 언어치료, 특수교육을 최대한 자연적인 환경에서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