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사립학교 지원자들이 입학준비를 시작하는 시즌이다.
미국의 사립학교는 입학 시스템이 대학 지원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다. 가을학기에 원서 작성을 위한 각종 자료를 모우고 12월부터 2월사이에 원서를 작성해 각 학교에 보낸다.
합격통지는 3월부터 받게 되며 입학여부 통지 역시 대학과 비슷하게 5월에 전달하게 된다. 대학과 비슷한 재정보조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원서 역시 대학과 같이 12월부터 2월 사이에 제출해야 한다.
매년 이맘때면 LA의 각 사립학교들은 학교를 홍보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는데 최근 사립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LA 유명 중고등학교 사립학교들이 같이 모여 학교를 소개하는 칼리지 페어 방식의 ‘사립학교 페어’(Independent School Fair)도 열고 있다.
지난 5일 멀홀랜드 드라이브에 위치한 머맨 스쿨에서는 LA에 있는 30여개의 주요 중고등학교 사립학교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사립학교 페어가 열렸다.
이번 페어에서는 LA 각 사립학교들이 그들의 학교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각 학교가 원하는 학생과 각 학교별로 입학 사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특히 중학교와 고등학교 입학생들을 위해 진행된 페어에서 각 학교들은 현재 몇 명의 학생을 입학시킬 것이며 입학 기준은 어디에 있는지를 참석한 학부모들에게 알려줬다. 이번 페어에서 전달된 각종 정보와 LA에 있는 주요 사립학교들 그리고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면서 필요한 재정보조 등에 대한 정보를 3회에 걸쳐 알아본다.
지난 5일 머맨 스쿨에서 열린 사립학교 페어에서 하버드-웨스트레이크의 토머스 하드넛 학장이 참석자들에게 자신의 학교를 소개하고 있다.
입학시험 ISEE서 9점 만점에 8, 9점 받아야 안정권
추천서·인터뷰서 낮은 평가 받으면 입학 어려워
▲사립학교는 어떤 학생의 입학을 원하는가?
대부분의 사립학교 입학 사정관들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보다는 학교에게 선물이 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고 입을 모운다.
사립학교가 원하는 학생의 첫 번째 조건은 ‘영재’가 아니라 ‘열심히 공부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어진 모든 기회를 활용하는 학생, 음악 등 특별한 재능이 있어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학생, 독립적이고 성숙한 학생, 같이 어울리기에 좋은 학생들을 찾는다. 시험을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과에 관심을 갖고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것을 알고 싶어 하는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
베벌리 힐스와 밸리에 각각 중학교와 고등학교 캠퍼스를 두고 있는 명문 사립 하버드-웨스트 레이크 토마스 허드넛 학장은 이번 페어에서 “지난 40여년 간 교사로 일해 오면서 그야말로 ‘천재’는 거의 보지 못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스마트 한 학생들은 무수히 봐왔으며 이들이 성공적으로 학교생활을 마치고 대학에 진학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우리는 무엇인가 꿈을 같고 그 꿈을 향해 열심히 전진하는 그런 학생을 원한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성적이 필요한가?
반드시 높은 성적을 받아야만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본적인 성적은 필요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사정관들의 의견이다.
연간 3만달러에 육박하는 사립학교의 비싼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 입학시즌인 매년 12-2월이 되면 사립학교 마다 높게는 10대1까지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최근 미국의 교육 현실이다. 경쟁률이 높다보니 성적 및 시험 점수가 당연히 중요해 질 수 밖에 없다.
학교 성적은 물론 사립 중고등학교 입학시험인 ISEE(Independent School Entrance Exam) 점수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ISEE 점수가 6~7점(9점 만점)이면 명문 사립중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지만 입학 신청자가 많을 경우 8~9점을 받아야 입학이 허락되는 경우도 있다.
사정관들은 수학이나 영어 어떤 한 과목에서 ISEE 점수가 낮을 경우 왜 점수가 낮은지에 대해 인터뷰 등을 통해 설명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점수가 낮게 나왔는데 현재 이런 방식으로 그 부분에 대해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페어에 참석한 사정관들은 “사실 사립학교 입학에는 시험 점수보다는 추천서 내용과 인터뷰 등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많은 학부모들이 성적과 시험점수 등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는데 사립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천천히 시간을 갖고 운동, 특기 등 학생의 뛰어난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 학생에 대한 사정은 한명의 사정관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교사, 입학 사무실 직원들, 교장 및 교감 등 여러 명이 위원회를 결성해 이 위원회를 통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종합되어 이뤄지기 때문에 ‘성적’이나 ‘시험 점수’ 또는 ‘특기’ 등 한 가지에 특출한 재주를 가진 학생보다는 다방면에서 양호한 점수를 받는 학생이 입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사정관들의 의견이다.
▲추천서와 인터뷰의 비중은 얼마나 큰 것인가?
각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추천서와 인터뷰는 성적과 시험점수에 비교해 같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사정관들의 의견이다.
즉 성적이 아무리 높아도 추천서나 인터뷰에서 낮은 평가를 받으면 입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추천서를 통해 지원학생이 평소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는지 기본적으로 수학과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으며 인격, 리더십, 성숙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리는지, 유머 센스가 있는지 등의 여부도 추천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인터뷰는 지원 학생과 학부모들이 얼마나 지원 학교에 관심이 높은가를 측정하는 도구로 사용되는데 인터뷰를 하기 전에 해당 학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인터뷰에 응하는 것이 학교 측으로 좋은 방응을 얻을 수 있다고 사정관들을 조언하고 있다.
▲학교의 입학 정원을 잘 파악한다.
사립학교 역시 대학 입학과 마찬가지로 확률이 중요하다. 많은 학생을 뽑는 학교가 입학을 하기 쉬고 입학정원이 낮으면 상대적으로 입학이 어려워진다.
학교별로 입학 지원자 수가 매년 다르지만 보통 한 자리당 3명에서 많을 때는 10명 가까이도 지원한다. 현재 학생이 6학년이면 7학년부터 시작하는 학교가 입학하기가 수월하다. 예를 들어 하버드-웨스트레이크의 경우 7학년 때 입학 정원이 200여명으로 가장 많고 9학년의 경우 70여명의 자리에 지원자가 5배가 넘는 것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다른 학년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입학생을 뽑지 않기 때문에 이때 원서를 넣는 것이 중요하다.
웨스트 LA에 있는 윈드워드 스쿨의 경우 역시 7학년에는 백여명의 학생을 뽑지만 9학년에는 단 15명의 학생들만 입학시킨다.
<백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