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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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역사에서 뽑아낸 빛나는 지혜

2009-10-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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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력 사전-사마천의 생각수첩
김원중

“세상 일에는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있고, 또 잊어야만 하는 것이 있다.” 사마천의 ‘사기’ 위공자 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조나라 효성왕이 위공자의 계략에 힘입어 조나라를 보전하게 된 것을 고맙게 여겨 5개의 성을 그의 봉읍으로 주려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위공자가 이를 듣고 자만하는 기색을 보이자 한 빈객이 위공자에게 해준 말이다. 남이 베푼 은혜는 기억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베푼 은덕을 잊어버리라는 말로 자주 인용된다.


사마천이 궁형의 치욕을 견뎌내고 자신의 혼을 담아 써낸 ‘사기’(史記)는 52만 자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라 다 읽기는 좀처럼 엄두가 나질 않지만 전체가 명언명구로 장식된 화려한 갑옷 같은 책이다. 3,000년이라는 시공간 속에서 일어난 무수한 인물과 사건들 가운데 고르고 골라서 농축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스민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통찰이 가슴에 섬뜩하게 와 닿는다.

지난 10여 년 ‘사기’를 번역하고 연구해온 저자는 이러한 폭발력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였다. 그 결과로 방대한 ‘사기’에서 300여 편의 명언을 뽑아 그 명언이 나온 역사적 배경과 간취할 수 있는 통찰력을 현대적 사유 속에 담아내었다. 처세의 규범에 따라 장을 구별해놓음으로써 아무 곳을 펼쳐서 읽어도 그 역사적 풍미와 통찰력을 독립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 놓았다.

이 책이 고전을 활용한 어록 류의 책과 차별성을 갖는 부분은 고전의 실용적 가치를 중시해 사유의 ‘당위성’보다는 ‘효용성’에 더 주목했다는 점이다. 현대인의 뺨을 치는 현대성, 그것이 이 책이 출간되어 나온 진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의 풍성한 어록은 다양하다. 경구도 있고 격언도 있으며 우언도 있다. 때로는 민가도 있고 속담도 있고 속어도 있다. 김원중의 이 책은 ‘사기’라는 이야기 속에 묻혀있을 때는 몰랐던 강력한 통찰의 힘이 짧고 선명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각각의 문장이 탄생한 역사적 맥락을 자세히 풀어줌으로써 뇌리에 확고하게 각인시키는 힘이 있다.


이형열(알라딘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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