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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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의 조화 ‘케이프 블렌드’

2009-10-0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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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프리카공화국

생쏘와 피노누아 교배
독특한 피노타쥬 탄생

오래된 역사에도 불구하고 남아공 와인은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세계 시장에서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시기는 정확히 넬슨 만델라가 출옥하던 1990년부터이며 94년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남아공 와인은 새롭게 태어났다.


그동안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비난하는 국제적 연대 속에서 남아공 와인은 완전 고립되어 다른 신세계 와인들이 겪은 변화의 흐름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인 변화와 1990년대 전 세계의 와인업계가 생산지를 찾아 신대륙을 찾아나서는 흐름에 발맞춰 남아공 와인은 독특한 개성으로 세계 시장에 뛰어들었다.

남아공 와인은 다른 신대륙 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랜 식민지 생활을 통해 갖고 있는 유럽 와인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동시에 신대륙의 신선함과 부드러움이 잘 조화된 독특한 특징을 무기로 늘어난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17세기 중반 무렵, 의사 출신인 반 리베크는 케이프타운(Cape Town)을 건설하면서 이곳의 기후가 유럽 기후와 비슷한 점에 착안해 유럽에서 포도나무를 들여와 심었다.

또한 반 데르 스텔 사령관은 케이프타운에서 북동쪽으로 25마일 정도 떨어져 위치한 지금의 스텔렌보쉬에 정착해 와인산업에 혁신을 단행했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와인생산 지역인 그 유명한 콘스탄시아 농원은 바로 그 때 건설되어 오래도록 유일하게 영국으로 수출되는 와인을 만들었고 현재는 이 지역에서 가장 뛰어난 소비뇽 블랑으로 유명하다.

풍부한 노동력과 마침 프랑스에서 벌어진 종교박해를 피해 들어온 150여명의 프로테스탄트들, 그리고 알맞은 기후 조건과 동인도라는 튼튼한 시장을 갖고 남아공 와인은 활기차게 시작했다.

하지만 장거리를 운송해야 하는 남아공 와인은 보관상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었고 영국의 식민지로 관세 특혜를 받던 남아공 와인은 1861년 프랑스 와인의 관세율이 낮아지자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때 마침 금과 다이아몬드가 발견된 것은 남아공의 와인산업을 다시 키우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정치적인 그늘 때문에 오래도록 고립되어 있던 남아공은 이제 갓 탈출해 나와 그 신구 조화의 독특한 맛으로 전 세계 와인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것은 레드 와인의 훌륭한 블렌딩에서 잘 드러나는데 케이프 블렌드(Cape Blends)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이 케이프 블렌드는 남아공 와인의 전략적 상품이 되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피노타쥬(Pinotage)일 것이다. 1924년 생쏘(Cinsaut)와 피노누아가 교배되어 탄생된 피노타쥬는 거의 남아프리카에만 존재하는 품종으로, 스파이시(spicy)하고 짙은 반면 과일향을 띤다.

이 피노타쥬가 이종적인 블랜드로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반면, 화이트 와인은 전통적으로 남아공 와인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 중 슈냉 블랑(Chenin Blank)은 남아프리카의 가장 널리 보급되어 있는 포도품종이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남아공 와인의 대표 품종 ‘피노타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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