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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저지 한국어 프로그램, 어디로 가고 있나? ②학급 개설 및 발전의 장애물과 한계

2009-10-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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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날 기획 시리즈

뉴욕·뉴저지 공·사립학교에 한국어를 정규 제2외국어 필수과목으로 개설하는 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늘 있어왔다. 대외적으로는 정식 한국어 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없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지만 이는 말 그대로 제도적 허점에 불과할 뿐 사실상 그보다 더 크고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에 관
한 한인사회 인식 결여와 체계적인 장기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뉴욕·뉴저지 교육당국 관계자들은 그간 한 결 같은 목소리로 “수요만 충분하다면 한국어반 개설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인학생들조차 한국어반을 외면하고 대신 중국어나 일본어 또는 서반아어 수강신청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장과 교감이 한인 학부모들에게 ‘한인 재학생이 많으니 한국어반을 개설하면 좋지 않겠느
냐’고 제안했지만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다며 한인 학부모들이 오히려 거절한 경우도 있을 정도다.

올 가을 한국어반을 폐지한 카도조 고교와 학급수를 줄인 베이사이드 고교, 프랜시스 루이스 고교도 한인 수강생이 줄어든 것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
반면, 올 가을 한국어반 개설을 깜짝 발표했던 퀸즈 PS 150 영재반은 타인종 학부모들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전격적으로 한국어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동시에 브롱스 베터 러닝 차터스쿨과 맨하탄 디마크라시 프렙 차터스쿨 등 한인 학생이 거의 없는 전교생 타인종인 차터스쿨 2곳이 올 가을 소리 소문 없이 각각 한국어반을 새로 개설했다.


2년 전 뉴욕에서 출범한 한국어 정규과목 채택 추진회의 이선근 사무총장은 “1970년대 후반부터 소수계 신규이민자를 위한 이중언어 프로그램 형태로 한국어반이 이어져오다보니 이민자가 줄어든데다 신규이민자 학생들의 영어실력도 과거보다 월등해 굳이 한국어반이 필요 없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어반이 한인과 나아가 타인종 학생 유치에 성공하지 못하면 사실상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지만 한인학생이 외면하는 한국어반을 타인종이 찾을리 만무하다.

뿐만 아니라 장·단기적으로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문제다. 그간 한인사회 교육관련 재단과 기관 등의 후원으로 여름방학 동안 한국을 방문하며 하계 연수를 뉴욕·뉴저지 공·사립학교의 타인종 교육 관계자들이 상당수에 달하지만 일시적인 반짝 관심을 끌었을 뿐이다. 이는 최근 수년간 이러저러한 이유로 한국어반을 실제로 폐강했거나 폐강을 제안했다가 번복한 교장의 대부분이 사실상 무료로 한국방문 연수를 다녀온 인물들이란 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이 수년 전부터 정부차원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미국의 교육자들을 중국으로 불러들여 장·단기 과정의 연수를 제공하는 중국화 전략과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학교측이 내세우는 한국어반 수요 부족과 교사 자격증 부제라는 그럴 듯한 명분에 최근 대대적인 교육예산 삭감도 한 몫 거든다. 2년 전 42만 달러 규모의 연방기금을 지원받았던 브롱스 JHS 142 중학교도 내년 가을부터는 자체 예산 마련이나 별도의 기금지원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당장 한국어 프로그램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스타이브센트고교를 비롯한 대부분의 학교들도 학교와 예산문제로 옥신각신하다 한인학부모들이 자체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올해는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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