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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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음악은 외롭다?

2009-10-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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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 김 뉴욕음악원 원장

음악은 외롭다. 듣는 사람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는 연주자들의 모습 뒤에는 피나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과 갈등 그리고 매일같이 되풀이 되는 장시간의 연습 속에서 오는 외로움과의 싸움이 있기 때문이다. 연주자란 많은 시간을 연습실에 틀어박혀 끊임없이 나 자신을 이겨나가며 작업해야 하는 고독한 직업이다. 그 누구와도 같이 나눌 수 없는 것이 연습의 과정이다. 연습은 나 혼자 이루어 내야 하는 혼자만의 시간이요 철저히 외로워야 하는 작업인 것이다. 어렸을 땐 그냥 습관처럼 하던 연습도 철이 들고 커가면서는 외롭다는 느낌이 점점 강해지게 된다. 영원히 익숙해질 수 없는 외로움을 연주가들은 평생을 껴안고 가야만 하는 것이다. 음악을 공부한 이들 중에는 이런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중도에 그만 두는 사람들도 많다. 연습을 장시간 한다는 것의 어려움은 단순히 어려운 부분을 연마 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매일 되풀이되는 장시간의 외로움에서 오는 어려움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자들을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음악은 중독이다. 학생들이 반복되는 연습의 지겨움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때마다 내가 농담처럼 해주는 얘기가 있다. 이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조금만 더 나아가 준다면 너희들은 곧 a whole new world를 접하게 될 것이라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소절들이 어느 순간부터 너의 손끝에서 흐르기 시작할 것이며, 바라고 꿈꾸던 소리를 낼 수 있게 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리라는 말이다. 이 세상을 경험해 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음악 공부의 과정에서 오는
역경에 대처하는 자세가 틀리다. 단순히 참고 연습하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학생들의 인내심과 흥미를 계속 붙들어 둘 수 없다. 100마디 말보다 직접 한번 경험을 해보는 것 이상의 설교는 없는 걸 알기에, 그 단계를 잘 견뎌내어 다음 단계의 새로운 세상으로 갈 수 있도록 선생님과 부모님이 합심이 되어 학생을 잘 이끌어 주는 것이 음악 레슨의 첫 단계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음악가들을 끊임없이 무대에 서게 만드는 것은 단순한 의무감만도 또는 화려한 경력을 위해서 만도 아니다. 그들은 이미 음악의 중독성에 푹 빠져 새로운 세상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그것이 얼마나 성취감과 가슴 벅참을 부여하는지 알기 때문에 연주가 끝남과 동시에 벌써 다음 연주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힘든 것을 알면서도 계속 이 길을 가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음악만이 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며 그 어떤 다른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음악을 통해서만이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연습실에 혼자 남아 장시간을 매일 그렇게 연습하는 것이 외롭지 않냐고. 그러나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난 후에 오는 그 달콤한 행복을 아는 그들에게는, 장시간의 연습은 외로움이 아니라 곧 더 큰 기쁨을 찾아 떠나는 긴 여정이 될 뿐이다. 이들은 이러한 새로운 세상을 알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을 다그치며 다시 연습의 세계로 몰입한다.

때때로 음악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언어 이상일 때가 있다. 음악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설명될 수 있는 것 이상일 때가 있다. 음악은 많은 이들에게 의지이며 또한 삶의 힘든 과정들 속에서 그들을 지켜주는 버팀목이기도 하다. 음악 때문에 외롭고, 음악 때문에 힘들며, 음악 때문에 고독하고, 음악 때문에 좌절하지만 사람으로부터는 충족되지 못하는 깊은 외로움도 음악을 통해 메워 지기도 하며, 음악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음악 때문에 행복하며, 음악으로 인해 오늘도 다시 용기를 낼 수 있다. 그 새로운 세상에서의 경험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음악 하는 기쁨을 진심으로 맛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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