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가려하는 아이 어떻게 할까?
2009-10-05 (월)
#사례
딸아이가 어느 날부터 학교 가는 것을 무척 싫어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자주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며 자꾸 결석을 하려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몸이 아파 그런 것으로 생각했지만, 나중에 아이를 불러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있었다. 학교에서 어느 날 장난이 심한 남자 아이가 자신의 몸에 손을 댄 것이었다. 부모는 즉각 학교에 이 사실을 알리고, 조치를 요구했다.
따돌림·분리불안·교사와 불편한 관계 등 원인 다양
자녀의 생활 주의깊게 관찰 ‘건강한 의심’ 가지고
일방적 지시나 명령 금물… 대화로 해결책 찾아야
자녀가 학교가기를 싫어한다면 신속히 그 원인을 파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해결의 시작은 충분한 자녀와의 대화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학교는 자녀의 학문적 지식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사회성도 키우고, 자신의 존재를 깨우쳐 가는 곳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학교를 가기 싫어한다면, 부모들로서는 여간 실망스럽고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아이가 그럴까. 화만 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엘리자베스 김 심리학 박사를 통해 원인과 대책을 살펴봤다.
■ 분리 불안증
프리스쿨이나 킨더가튼 등 처음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어린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처음 학교에 가는 날 울어대며,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심하게 낯을 가리거나, 부모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
우선 예행연습이 부족했던 것이 한 원인이다. 즉 새로운 환경에 대한 사전 적응노력이 진행됐으면 이 같은 일을 예방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부모 품에서 놀던 자녀가 프리스쿨이나 킨더가튼에 입학할 시기가 오면 미리 아이가 다닐 학교를 들러보며, 학교생활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이 때 앞으로 어떤 일이 자녀를 기다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가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 인간관계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들은 더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어느 정도 이성을 갖기 시작하는 중고등학교에서 더욱 중요해 진다.
1. 왕따
소위 ‘따돌림’을 받는 것이다. 특히 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을 타겟으로 시작한 것이 그룹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구타까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은 자꾸 성적이 떨어지고, 심지어 성적표를 조작하는 일까지 벌였다.
이에 화가 난 부모가 전후 사정을 알아보니 이 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받아왔고, 그것이 중학교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 학생은 이를 부모에게 얘기할 경우 또래 아이들에게 보복을 당할 것이 두려워 집에서 한 마디도 말을 하지 못했고, 이는 자연히 부모와의 대화단절을 불러왔다.
엘리자베스 김 박사는 “자녀의 행동이 이상하거나, 성적이 갑자기 떨어질 때, 그리고 아이의 얼굴이 장기간 밝지 않다면 학교생활 등에 의심을 가져봐야 한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자녀와 대화를 나누는 한편, 담당 교사와 상담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 교사와의 관계
학생에 따라서는 자신을 가르치는 교사와 무엇인가 맞지 않아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심지어 교사가 무섭다고 느낄 수도 있다. 가능하면 교사와 약속을 정해 상담을 벌이거나, 등하교시 만났을 때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물어봐 객관적인 원인을 찾도록 한다.
3. 친구와의 관계
이성 친구와 헤어졌거나, 서로의 생각과 의견이 맞지 않아 마찰이 발생했을 때 자녀들은 학교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라면 증상이 더 심할 수 있다. 이 때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자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부모의 경험을 얘기해 주며 위로와 격려를 해 준다면 큰 힘이 된다.
■ 공황장애
의외로 고등학생들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심장마비가 올 것처럼 가슴통증을 호소하거나, 손 저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공부를 잘 하던 학생이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모든 에너지가 소모된 탓이다.
이 증상은 완벽주의 학생이나, 쉽게 초조해 지는 학생들 사이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데,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채, 스스로 자신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며, 일단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여유를 찾아주도록 하는 것도 한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
■ 대인관계 공포증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나타나기 쉽다. 선천적인 증상일 가능성이 있는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거의 늘 만나던 친구들과 생활하기 때문에 이 증상이 드러나지 않다가, 고등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즉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은 거의 혼자 생활하는 경향이 강하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주말에 외출도 하지 않는다. 심한 증상이라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녀를 각종 클럽활동 등에 참여시켜 사회성을 높여주는 것이 있다.
■ 학교에 대한 무관심
아예 학교공부에 흥미가 없는 경우이다. 당연히 학교생활이 지루하고, 성적 또한 바닥을 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특히 고교 졸업장은 반드시 따놓아야 하는 만큼, 대안학교 또는 인터넷 강의 등으로 최소한의 고교과정이라도 마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녀가 흥미를 보이는 분야를 지원하도록 한다.
<황성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