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만든 ‘호주 스타일’
2009-09-16 (수)
깊고 강렬하면서 부드러운 맛
1950년 첫 선 ‘펜폴드 그랜지’
세계적인 고급 와인으로 인정
호주 와인을 흔히 얘기할 때, 우리는 앞에 오지(Aussie-호주를 뜻하는 애칭)라는 수식어를 사용한다. 오지 쉬라즈, 오지 샤르도네, 오지 카버네 소비뇽 등이 그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쉬라즈(shiraz)는 프랑스의 북부 론 지방에서 생산되는 쉬라(syrah) 포도 품종이 호주로 전파된 것이고, 샤르도네와 카버네 소비뇽 역시 각각 부르고뉴와 보르도의 대표적인 품종들이다.
그런데 왜 오지라는 단어가 붙는 것일까. 똑같은 쉬라즈라도 호주의 쉬라즈는 보다 깊고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호주만의 개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샤도네나 카버네 소비뇽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독특한 호주만의 자연적인 조건과 함께 그들의 끊임없는 열정은 호주 와인만의 새로운 영역을 넓혀 놓았다. 그것은 이제 최초의 것이 가졌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펜폴드 그랜지(Penfolds Grange)는 바로 호주의 고급 와인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 역사를 새로 쓴 인물은 1950년 펜폴드의 와인 양조 책임자였던 맥스 슈베르트(Max Schubert)다. 그는 당시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호주 와인의 질을 한 차원 높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각고의 노력 끝에 그랜지 에르미타지(Grange Hermitage)를 만들어 낸다. 와인계의 명사들을 초청해 시음회를 가졌지만 결과는 대실패. 그들은 “올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이 와인에 대해 혹평을 했다.
더 큰 충격은 본부 사무실에서 그랜지 에르미타지의 생산 중단을 명령한 것이었다. 이 와인에 대한 혹평이 바로 회사 전체 이미지를 깎아 내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고집을 갖고 비밀리에 계속 와인을 만들었다.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1962년 시드니쇼(Open Claret class in the Sydney Show)에 그가 만든 그랜지 에르미타지가 등장하자 전세는 뒤바뀌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와인은 탄닌이 부드러워지고 전체적인 맛에 깊이와 세련미가 더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펜폴드 그랜지는 금메달을 수상했고 이후 슈베르트가 은퇴할 때까지 무려 50개에 달하는 금메달을 수상했다. 그렇게 해서 펜폴드 그랜지는 이제 전 세계 와인 수집가들이 기다리는 세계적인 와인이 되었다. 이 와인은 다른 훌륭한 와인들과 마찬가지로 15~20년의 숙성 기간이 필요한 와인으로, 세계적인 와인저널인 ‘와인 스펙테이터’에 의해 1995년, 1990년 빈티지의 펜폴드 그랜지가 세계의 가장 훌륭한 레드 와인으로 뽑히는 영광을 누렸다.
호주의 대표적인 고급 와인 ‘펜폴드 그랜지’.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