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한국에서 온 전문인들의 연수를 끝냈다. 일반적으로 대학과 지역사회의 여러 기관과의 협력으로 연수를 준비하려면 적어도 6개월이나 걸릴 정도로 시간과 힘이 든다. 연수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연수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미국에서 꼭 경험하고 배워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내는 일이다. 그것을 알고 준비를 하다 보면 연수를 받는 사람들이 즐겁고 기쁘게 연수를 받을 것이란 생각에 심취해 힘든 줄을 모르고 재미있게 준비를 하게 된다. 이번에도 이런저런 생각 끝에 너무도 좋은 계획이 떠올랐고 그것에 스스로 도취되어 얼마나 즐겁게 준비를 했는지 모른다.
드디어 연수생이 대학에 도착했고 연수가 시작되었다. 나는 그동안 열심히 즐거워하며 준비한 프로그램을 신나게 펼쳐 나가려는 참인데 연수생들의 반응이 너무도 다른 것이 아닌가? 너무 재미있고 꼭 필요한 내용이라 연수생 모두가 무릎을 치고 머리를 손으로 치며 “아하!”하는 반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내 믿음은 빗나가고 만 것이다.
한참 진땀을 흘리며 융통성 있게 내용을 조금씩 바꾸어도 보았고 시험을 볼 거라고 위협도 해 보았고 연수를 빠지면 수료증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도 해보았지만 왠지 마음들이 콩밭에 가 있는 것 같았다.
질문도 강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것이 특이했지만 그나마 질문으로 말문을 연 것이 다행이었다. 연수생들은 대부분 40대 중반의 남자 분들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었기에 질문의 대부분이 미국 대학에서의 학비가 얼마가 되며 유학의 적절한 시기가 언제이고 영어연수 코스의 효과가 어느 정도 될까 하는 것이었다. 마치 그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미국연수에 참가를 한 것 같았다.
그동안 늘 해오던 장애아 부모교육이 엄마가 대상이었던 경험 때문에 아버지들이 그렇게 자녀교육에 대해 궁금해 하고 열성적으로 질문을 하는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고 부성애의 뜨거움에 감동을 해 정성껏 답을 해드렸다. 그러자 몇 분은 개인 상담까지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연수 후 상담을 해 드리기로 했다.
개인 상담을 요구하신 분들의 내용도 역시 자녀의 학습에 대한 내용이었다. 한 분은 어떻게 아들이 영어를 잘하게 가르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질문의 요지였다. 그분은 나름대로 아들에게 원어민 영어교사와의 과외시간도 마련해 주고 있었고 공부를 하도록 아버지가 시간 관리까지 열심히 하시며 아들과 대화도 꾸준히 하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기대만큼 효과가 나지 않고 뭔가 아들의 영어교육에 변화를 주고 싶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나의 대답은 사실 간단했다. 어떻게 영어를 가르치느냐 보다도 어떻게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동기유발을 시킬 것인가가 관건인 것이다. 미국 여행을 한번 하는 것으로 동기유발이 될 수도 있고 감동이 넘치는 미국 영화를 보고 될 수도 있고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팝송을 들으면서도 동기유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공부만을 강요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여러 가지를 경험하도록 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란 이야기를 했다.
연수생들은 마음속에 있던 자녀교육에 대한 답을 얻고 나서야 연수내용에 관심을 보였다. 이번 연수를 통해 너무도 부러운 것이 있었다. 아버지들의 강한 교육열이었다. 비장애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그렇게 큰데 왜 그동안 장애아 부모교육을 할 때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것일까? 엄마의 참여에 비해 손에 꼽힐 정도로 아버지의 참여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참석한 아버지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장애자녀의 교육과 복지의 변화를 위해서 아버지들의 열성과 참여가 꼭 필요하다. 내 사고와 기대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연수생이 보여준 것과 같이 자녀교육에 대한 아버지의 열성은 장애자녀의 경우에도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장애자녀의 교육에 아버지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길이 무엇일까 생각해 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