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품질 와인 소량 생산
사전예약이나 경매로 판매
미국 와인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컬트 와인(컬트는 숭배를 뜻하는 라틴어 Cultus에서 유래한 말)이다.
우리가 흔히 컬트 영화라고 하면 일반의 평가와 관계없이 소수 집단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영화를 말하듯이 컬트 와인도 대량생산, 대랑 소비되는 일반적인 와인과 달리 소량으로 생산된 질 높은 와인이 특정 마니아들에게 일반적인 유통이 아닌 사전예약이나 경매 등을 통해 소비되는 와인이다. 하지만 컬트 영화가 비상업적인데 반해 컬트 와인은 마치 골동품처럼 수집의 대상으로까지 간주되는 오히려 더 상업적인 와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컬트 와인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단순한 마니아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물론 와인을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전제에는 돈과 명망이 필수 불가결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컬트 와인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이 투자여력이 충분한 와인애호가들은 와인을 그저 마시는 술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예술품으로 간주한다. 최상의 토질을 가진 비싼 땅을 소규모로 사들이고, 여기에 집중적인 포도 생산관리를 병행하는 것이다. 또한 프랑스 최고 품질의 참나무 숙성 오크통 등을 사용하면서도, 초현대적인 시설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런 와인이 공식석상에서 선보이게 되고 와인비평가의 좋은 평점을 얻게 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됐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컬트 와인의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의 신화적인 얘기가 있다. 1992년 진 필립(Jean Philips)은 자신이 직접 만든 와인을 갖고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찾아가 감정을 의로한다. 그들은 그녀가 가져온 어두운 컬러의 짙고 향기 좋은 캐비넷 소비뇽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병입을 권유했고, 그녀는 ‘포효하는 독수리’ 즉, 스크리밍 이글로 작명하였다.
이 와인이 와인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으면서 미국의 컬트 와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이름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매년 6,000여 병이 생산되는 이 스크리밍 이글은 매일링 리스트를 통해 판매되는데, 대기자들이 폭주해 5년 후에나 구입이 가능할 정도이며 출고가가 125달러인 1996년산의 경매가가 1,000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성공은 전 세계에 미국 와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을 정도의 사건이 되었다. 이후 마르카신(Marcassin)이나 할란 에스데이트(Harlan Estate), 브라이언트 패밀리(Bryant Family), 콜진(Colgin), 그레이스 패밀리(Grace Family)등의 컬트 와인들이 연달아 등장했고 현재는 최고의 캘리포니아 컬트 와인으로 9개 정도가 인정을 받고 있다.
‘스크리밍 이글’ 와인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