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유와 간섭의 조화

2009-08-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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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처드 H. 탈러, 카스 R. 선스타인 | 리더스북 펴냄


시카고 대학은 시카고 학파를 탄생시킨 대학이며 케인즈의 국가 개입에 반발하며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신봉하면서 최근에 파탄이 나기까지 미국 자본주의와 월가를 지배했던 신 자유주의 이론의 산실이다. 여기서 돌연변이가 나왔다. 시카고 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리처드 탈러는 최근 경제학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행동경제학파의 기수이며 그의 친구인 카스 선스타인은 시카고대학 로스쿨 및 정치학부 법학교수를 거쳐 현재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이며, 최근 오바마 정부에 합류해 규제정보국(Information and Regulatory Affairs)을 돕고 있다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라는 뜻의 ‘넛지Nudge’는 일종의 자유주의적인 개입, 혹은 간섭을 말한다. 즉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열려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편견 때문에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들을 부드럽게 ‘넛지’함으로써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서는 가령 단지 ‘내일 투표할 거냐?’고 묻는 것만으로도 실제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일상적인 이야기로부터, 디폴트 옵션(지정하지 않았을 때 자동으로 선택되는 옵션)의 설계까지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의 생생한 사례들이 소개된다. 예를 들어 한 공직자가 사람들로 하여금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도록 독려하고자 한다고 가정해보자. 건강 관련 행동의 경우 역시 의향을 측정하는 것만으로도 현저한 변화가 일어났다. 사람들은 다음 주에 몇 번이나 치실을 사용하여 양치질을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치실을 보다 자주 사용하게 되고, 다음 주에 기름진 음식을 섭취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기름진 음식의 소비를 줄이게 된다. 사람들에게 의향을 물음으로써 넛지를 가하는 경우 언제 그리고 어떻게 할 계획인지 등의 구체적인 질문을 추가함으로써 그 영향력을 보강할 수 있다.

이제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강압도 강력한 법규도 아니며 그렇다고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즐겨 활용되었던 인센티브와 같은 유인책도 더 이상 아니라고 한다.

그 경이로운 무기는 바로 어떤 강제나 인센티브 없이도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는 ‘넛지’(nudge)이다. 넛지는 비록 부드럽지만 그 힘은 강력하다. 규제나 간섭은 싫어 하지만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무엇이 바람직한 행동인지 상기하는 순간 쉽게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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