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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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 알아보기 - 여가선용

2009-08-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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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라는 노래가 있다. 어려서는 젊은 노새에게 일을 시키자는 뜻인가 정도로 알아들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20대에는 생산적이어야 하는 젊은 에너지를 노는데 쓰자는 퇴폐적 노래란 생각에 나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들어오면 파김치가 되고 먼 거리 운전을 할 일이 생기면 은근히 두려움까지 생기는 요즘에는 젊었을 때 놀자고 노래까지 불어대는 이유가 어느 정도 이해가 돼 오히려 빙그레 웃음이 비친다. 이런 신체적인 변화에 따른 이해는 누구나 살며 터득되는 이치다. 그러나 쉽게 ‘놀자’로 표현하는 이 말은 영어로 레크리에이션이고 그 말의 어원은 ‘재-창조’ 또는 ‘새롭게 거듭나는 과정’으로 꽤 중요한 의미를 갖는 활동임을 알 수 있다. 여유시간을 활용한다는 의미로 여가선용이라고 하면 역시 꼭 필요한 활동이란 느낌이 든다.

사실 노는 것과 일에는 무척 깊은 상관이 있다. 농구의 귀재인 마이클 조단이나 코비 브라이언트의 경우만 봐도 어려서부터 늘 가지고 놀던 공놀이로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것이고 어려서 수족관에 놀러가 본 돌고래가 좋아서 해양학자가 된 사람의 경우도 있다. 스케이트보드가 좋아 매일 낮과 밤을 마다하지 않고 타다 보면 고등학교 나이에 벌써 엑스게임의 일인자가 되어 많은 돈을 버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쓰게 되고 많은 시간을 들인 일을 점점 잘하게 되고 그 일에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선수가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경우에는 이 사실에 꼭 관심을 두어야 한다. 특수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보아도 수 개념을 어떻게 가르칠 것이며 읽기 능력을 어떻게 늘려줄 것인가에 99%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난 좀 생각이 다르다. 개개인이 좋아하고 또 하고 싶어 하는 활동을 찾아 시간을 채울 수 있도록 하는 레크리에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일석이조가 아닌 일석삼조의 세 가지 큰 목적을 한 번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첫째는 건강을 유지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비장애인보다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이며, 셋째는 재미있는 일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취업에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장애인을 위한 여가선용의 프로그램을 결정할 때 TV 보는 활동이나 외식이나 극장에 가는 정도의 활동은 부적절한 것이다. 우선 신체적 움직임을 많이 필요로 하는 활동이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찾아야 하고 그 모든 활동은 일과 연결을 시킬 수 있다. 골프를 예로 들어보자. 우선 많은 신체적 움직임을 필요로 한다. 서 있어야 하고 준비운동을 해야 하고 공을 바구니에 담아 가지고 와야 하고 골프채를 들어 스윙을 해야 하고 그런 활동을 배워야 한다. 집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는 신체적 움직임도 많아지고 넓고 푸른 공간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이라면 삶의 질은 당연히 높아진다.

골프장에 가면 직업으로 연결될 일들이 너무도 많다. 어느 골프장에나 식당이 있다. 주말마다 케이터링으로 결혼 및 파티로 바쁜 식당 일이 있다. 골프샵에서 인벤토리를 정리하고 물건을 진열하는 일이 있으며 쓰고 돌려준 골프카트를 청소하고 충전하는 일도 또한 큰 사업이다. 물론 골프장의 청소 및 잔디를 깎는 일이나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는 일, 그린을 정리하는 일 등 너무도 많은 일을 배울 기회도 함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개척하여 지역사회와의 연계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가면 좀 더 장애인이 일반사회에 통합되고 일을 배우고 취업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취업이 아니더라도 자원봉사를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며 여가선용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장애인들이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해지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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