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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 스페인 일주여행 소묘

2009-08-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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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배했던 위상 그대로
아랍 문화와의 조화 인상적


지난 5월, 필자는 두 여동생과 함께 스페인 일주여행을 다녀왔다.

스페인의 Madrid에는 이번이 세 번째, Seville과 Barcelona는 두 번째 여행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스페인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는 아마도 한국의 고교 역사교과서는 유럽 역사에 대한 내용에서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이 컬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는 것을 지원하는 정도만 언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이번 여행에서 스페인의 남부 지역은 실로 아랍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첫째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인들은 스페인은 한 때는 세계 최대 강대국이었다는 사실을 아마도 잘 모른다고 본다.

Madrid에 있는 스페인의 국립미술관 Paseo del Prado의 입구에는 ‘The Map of the Americas’가 있어,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모든 나라가 한때는 모두 스페인령이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들 국가들은 모두 스페인어를 공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Goya의 동상이 미술관 정면에 세워져 있었으며, Goya와 Velazquez의 작품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또한 현대미술관(Centro de Arte Reina Sofia)에는 스페인이 낳은 20세기의 현대 미술의 두 거성 Pablo Picasso의 ‘Guernica의 학살’과 Joan Miro의 ‘초상’이 소장되어 있었다. 또 동부의 지중해변의 해양도시 Barcelona에는 Picasso와Joan Miro의 미술관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둘째 지리적으로 스페인은 피레네 산맥(the Pyrenees)을 경계로 하여 북쪽으로는 프랑스와 연접해 있으면서, 남쪽으로는 북아프리카와 닿아 있고, 대서양과 지중해에 접해 있었다. 따라서 기후 역시 다양하다.

피레네 산맥지역의 눈 덮인 산봉우리로부터, 중부 지역의 푸른 초원지대와 남부의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오렌지 밭인 Valencia 지역과, 사막지대인 Almeria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생태환경과 기후를 지닌 나라이다.

사실상 스페인의 수도 Madrid는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수도이며, 스페인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제외하면, 유럽 국가 중에서 제일 산이 많은 나라이다. 또한 Madrid에서 열차를 타고 남부 지역의 Seville로 가는 기찻길 양옆에는 은빛의 올리브 나무가 한국의 야산의 소나무만큼이나 흔하게 줄지어 서 있었다. 그래서 스페인이 세계에서 올리브유를 제일 많이 생산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카란다의 도시 Seville에는 가는 곳마다 연보라색의 jacaranda가 가로수로, 또는 공원의 관상용 나무로 면사포처럼 시가지를 화려하게 감싸고 있었다.


캘리포니아가 1848년까지 멕시코 땅이었고, 멕시코가 스페인의 한 식민지였음을 감안하면, 봄철마다 보랏빛 꽃을 선사하는 자카란다 나무는 원래 스페인에서 가져왔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본래 자카란다는 아프리카에서 스페인으로 들여왔다고 한다.

셋째 대부분의 한인들은 오늘날 스페인은 가톨릭 국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제로 스페인 영토의 거의 2/5인 중남부 지역은 8세기부터 15세기까지 아랍국가의 일부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본다. 스페인은 작은 여러 개의 소왕국들로 난립해 있다가, 1496년 Castile 왕국(Seville, Cordoba를 걸친 현 남서부 지역)의 이사벨 여왕과 Aragon 왕국(현 Barcelona, Almeria를 걸친 동남부 지역)의 Ferdinand 왕의 결혼으로, 스페인이 통일을 이룩함과 동시에 가톨릭 국가로 거듭났었다. 또한 1492년 스페인 남부의 소아랍국가였던 Granada가 이사벨 여왕의 가톨릭 군대에 패할 때까지, 안달루시아 지역(아랍어로 ‘서남쪽’이란 뜻으로, Cordoba, Jaen, Seville, Huelva, Malaga, Granada, Almeria 등을 아울러 지칭했음.)의 주민들은 Muslim교를 믿었다 한다.

Granada(옛 아랍국)의 알함브라 궁전에는 아직도 아랍식 건축 양식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우리가 즐겨 듣는 ‘알함브라의 비가’라는 슬픈 노래는 Granada의 패망을 노래한 것이다. 이와 같이 스페인이 가톨릭 국가가 된 것은 불과 500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Toledo는 Madrid에서 버스로 약 2시간 거리에 있지만, 11세기에 가톨릭 교도들이 Muslim 교도들과 10년 동안 싸워 El Cid(아랍어로 군주란 뜻, Charlton Heston이 주인공으로 영화화도 되었음)의 도움으로 정복해서 가톨릭 지역이 되었다 한다. 또한 통일 스페인 최초의 수도 Cordoba에는 로마의 St. Peters 성당에 버금가는 가톨릭 성당이 5에이커나 되는 대지에 우뚝 서 있었으며, Muslim교의 사원을 가톨릭 성당으로 개조한 탓으로 아랍 건축 양식과 가톨릭 성당의 건축양식이 한 성당 안에 공존하고 있었다.

더욱이 남부 도시 Seville에는 1517년에 가톨릭교에 헌정한 아랍식 건축 양식의 커다란 성당이 있었고, 근 500년 동안(712-1248년) 무어족이 다스린 Muslim 국가의 흥망성쇠가 성당 내부의 건축 양식에도 여전히 남아 있었으며, 성당 일부만 개조하여 미사에 사용되고 있었다. 이 성당에는 Columbus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그리고 Bizet의 오페라 ‘Carmen’과 Rossini의 가극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배경이었던 이 정열의 도시 Seville의 강 어구에는 Columbus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하여 떠났던 부두가 있다. 또한 8세기에 건축한 아랍식의 아름다운 문양 및 수로 정원이 그대로 보존된 옛 왕궁 Reales Alcazares(이사벨 여왕과 Ferdinand왕이 결혼해 살던 곳)는 스페인이 역사적으로 아랍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잘 대변해 주었다.

클라라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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