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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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특별함’ 세일하라

2009-08-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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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 1등만 32,000명 지원… 점수만으로 부족’

보스턴 아카데믹 수석 컨설턴트
앤젤라 엄씨 ‘명문대 입학 노하우’

입시철만 되면 전교에서 1등을 하던 학생이 아이비리그에 지원했다가 단 한 곳에서도 합격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들려오곤 한다. 뛰어난 학업 성적과 활발한 과외활동 등으로 명문대 합격이 당연시 됐던 학생에게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많은 학부모들이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본보 칼럼리스트이자 지난 1994년부터 2001년까지 하버드와 MIT에서 입학사정관으로 근무했던 앤젤라 엄 보스턴 아카데믹 컨설팅 그룹 수석 컨설턴트를 통해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분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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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국에는 3만2,000여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이들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 수만 해도 엄청나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별한 모습을 대학에 보여줘야 한다.


■ 왜 그럴까

미국에는 대략 3만2,000여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전교 1등만 아이비리그에 도전한다고 해도 3만2,000명이 몰린다는 얘기다. 이 학생들은 적어도 학교 성적에서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두뇌들이다.
이는 입학사정에서 학교성적이나 SAT 또는 ACT 점수 모두 훌륭한 학생들이어서 거의 흠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각 대학들은 추가 잣대를 통해 원하는 학생을 선발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원자는 다른 지원자들과 무엇인가 달라야 한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적지 않은 학생들이 거의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많은 부모들이 AP과목은 몇 개를 공부했고, 과외활동이 어떻게 포장되고 있는가에 큰 관심을 가진다. 이는 당연한 것이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 많은 다른 지원자들도 비슷한 보따리를 내놓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앤젤라 엄 수석 컨설턴트는 “지금도 적지 않은 부모들이 AP과목 수에 매달리는 모습을 적지 않게 발견한다”며 “성적 또는 SAT 점수가 약간 떨어지거나, AP과목이 한두 개 부족한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신만의 특별한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것이 적지 않은 한인 지원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 무엇이 달라야 하나

대학진학을 앞둔 A라는 학생은 우수한 성적과 다양한 과외활동 경력을 쌓고 있다. 그런데 이 학생은 부모가 만들고 짜놓은 플랜에 따라 움직였을 뿐, 자신의 관심과 열정이 중심이 된 것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유형의 학생들은 “내가 누구인가?” 또는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자신 있는 답이나, 의견을 나타내지 못한다. 간단히 정리한다면 자신이 원해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만큼 느낀 것도, 얻은 것도 적을 수밖에 없고, 결국 이를 표현하는 것 역시 부족해지게 마련이다. 대학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대학은 균형 있고, 성숙한 인간성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 큰 비전과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고, 어느 상황에서도 충분히 적응하며,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이런 사람들은 적어도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분명한 자기 의견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성적이 일정 수준에 올라 있다면, 남들이 많이 하는 특별한 프로그램 보다 차라리 맥도널드 식당에서 일을 하며 배운 사회생활과 경험담을 지원서 에세이에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된다.


■ 사정관들은 이것을 살핀다

지원자들을 심사하는데 있어 성적은 기본이다. 다른 지원자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 성적으로 명문대에 입학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앞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지원자들의 지원서에 나타난 내용들, 즉 성적이나 과외활동 기록 등은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때문에 사정관들은 두 가지 보이스(voice)를 살핀다.

하나가 지원자가 작성한 에세이, 또 다른 하나는 교사 추천서이다.

에세이는 지원자 자신이 누구인지를 소개하고 자랑할 수 있는 기회다. 역으로 사정관들은 이를 통해 지원자의 내면을 살피고, 어떤 인물인지를 알아보게 된다.

에세이의 중요성이 수없이 강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구색 맞추기가 아닌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진지한 자세와 순수한 열정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관심을 끌 수 없다는 뜻이다.

교사 추천서 역시 중요한 판단 도구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교사 추천서를 자녀의 장점을 강조해 주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정말 위험한 판단이다.

교사 추천서는 그 지원자를 가장 잘 아는 교사의 시각을 통해 이 지원자를 파악하는 것이다.

단순히 학교생활이 우수하고, 성실한 학생이란 취지의 추천서는 말 그대로 별 볼일이 없는 것이다. 대학은 이런 이야기를 듣기 위해 추천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다시 정리하면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자가 여러 교사 가운데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사에게 추천서를 부탁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교사가 이 지원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살피게 된다.

12학년이 되는 학생이라면 지금부터라도 교사 추천서를 위한 준비 작업을 서두르는 게 보다 알찬 내용으로 정리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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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경제여건 등으로 체계적인 과외활동이 어렵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성적만 뒷받침된다면 파트타임으로 일한 경험도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유익한 도구가 된다.


# 대학이 바라는 인재

정체성 뚜렷, 균형·적응력


아이비리그와 같은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공부는 기본이다. 여기에 추가할 것이 분명한 자기의 목소리이다.

앤젤라 엄 수석 컨설턴트는 “학교에서 어떤 인물로 알려지고 싶은지, 그리고 자신을 지도해 온 교사들이 ‘나’라는 존재를 분명히 기억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엄 컨설턴트는 또 “부모의 손에 이끌려 일을 하다 보면, 열정이 있을 수 없고, 결국 자신의 의사나 판단을 정확히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무슨 일에 대해 자신이 적극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자신의 목소리가 갖춰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가 자신을 알고, 열정 또는 관심, 비판 등에서 본인이 직접 설명하고 말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미국에서 17~18세 정도의 나이라면 좋고 나쁜 것에서부터 자기의 주장이나 판단을 할 수 있고, 남들과 토론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의 정체성을 스스로 깨닫기 위해 부모들 역시 모든 것을 직접 안내하고 지도할 것이 아니라 비록 실패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더라도 자녀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어릴 때부터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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