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율 알아보기 - 리더십 개발
2009-08-03 (월) 12:00:00
나는 유학 중에도 공부 외의 다른 일로 잠시도 가만히 있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그 중 하나가 여기저기 다니며 자원봉사를 하는 일이었는데 특별한 능력이나 기술을 요하는 일이 아니었다. 예를 들면 휠체어 농구단이 연습하는데 가서 공을 집어다 주는 일이라든가 스키장에 가서 장애인의 스키를 들어다주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 가운데 가장 신경을 써야 했던 일 중에 하나는 발달장애인의 자기주장 모임에 가서 회의록을 기록해 주는 일이었다. 영어도 제대로 못 알아듣던 시절에 정확한 표현이 어려운 사람들의 회의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귀를 쫑긋하게 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들으며 적어야 했다.
회의는 열댓 명의 발달장애인이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자신들의 지낸 시간에 대한 이야기로 친구와의 가벼운 만남이기도 하지만 회장의 개회선언으로 시작되는 회의에서는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자랑거리나 개선책에 대한 진지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회의록을 기록하던 나는 유독 한 명이 발표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끙끙대야 했다. 무조건 “쿡”이라는 말만을 되풀이 하는 것이었다. 일단 Cook으로 적어 넣고 상황을 좀 더 들어보았다.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의 모임이라 서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회의의 진지함보다도 더욱 놀라운 것은 서로의 이해를 위해 기다려주는 인내심이었다. 회장의 여러 가지 질문으로 10여분이 지나서야 나를 포함한 회원들이 알아들었다.
그 분은 20대 후반 정도의 남자로 맥도널드에서 청소를 하고 식탁을 치우는 일을 하는 분이었다. 누구나 발달장애가 있고 그 정도의 언어장애가 있다면 맥도널드에서 일을 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주장 모임에 꾸준히 나오며 자신의 책임과 의무도 돌아볼 줄 알게 되었고 권리를 찾는 것도 배우게 된 것이다. 그 날 그 분의 발표 내용은 자신도 요리를 하는 직책을 수행할 수 있겠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저런 회의 내용을 적고 두어 시간이 지나 그 날의 모임은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별 신경 쓰지 않고 드나들던 맥도널드였는데 그 이후 난 늘 그 주방을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사실 가만히 보니 프렌치프라이드도 냉동 보관된 봉지를 찢어 내용물 전체를 그물망에 붓고 기름통에 넣은 후 버튼만 누르고 기다리다 삑하는 소리가 나면 꺼내어 기름이 빠지게 걸어놓는 것이다.
기름이 어느 정도 빠지면 옆에 있는 넓은 곳에 쏟아내고 소금만 적당히 뿌려 똑같은 사이즈에 담으면 되는 것이다. 햄버거도 들어갈 재료가 놓여 있는 순서대로 조합을 해 전자레인지에 넣고 버튼을 누른 후 삑 소리가 나면 꺼내어 종이로 싸면 된다. 발달장애인이 순서만 차근차근 천천히 해보도록 훈련을 하면 그리 어려울 내용이 전혀 아닌 것이다. 바로 그 수년전에 자신이 “쿡”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던 그 사람의 말이 너무도 지당한 권리주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기주장 모임은 보통 ‘사람 먼저’라 불리는 전국적인 조직이고 캘리포니아 지부(www.peoplefirstca.org)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지역 모임들의 소식과 활동들을 알아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리저널 센터를 관장하고 있는 주정부 기관의 발달장애 서비스국과는 부서가 다르며 리저널 센터의 행정과 업무 상태를 감시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에어리어 보드 10에서 자기주장 단체의 모임을 갖는 곳이 많다. 한 번은 대학 수업에 발달장애인을 초청강사로 모시고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은 글을 읽고 쓸 줄 모르지만 장애인들이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를 돕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책을 쓰는 것이 평생의 목표라고 한 이야기가 특수교육을 하는 내 마음 속에 장애인 지도자 개발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늘 메아리치고 있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