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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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여행기

2009-08-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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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성공한 남편, 화려한 커리어, 허드슨 밸리에 있는 멋진 저택, 맨해턴의 아파트, 여덟 개의 전화선, 매력적인 피크닉, 화려한 파티, 그리고 쇼핑을 즐기며 사는 삶… 모든 것을 갖추었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았던 저자가 결국 혹독한 이혼과 심각한 우울증의 절망 끝에서 홀로 일 년간 여행을 떠났던 내용을 담은 책이다.

작가는 길고 지독한 이혼과정을 거친 후 가슴 아픈 연애사건에 심각한 우울증까지 거치면서 더욱 황폐해진 자신을 붙들고 내가 진정 누구이고,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과 공간을 얻고자 홀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먼저 그녀는 첫 번째 여행지인 이탈리아에서 로마, 볼로냐, 플로렌스, 베니스, 시칠리아, 사르디니아, 나폴리를 두루 거치며 오직 맛있는 식사를 위해 여행한다. 피스타치오를 뿌린 솜털 구름 같은 리코타 치즈, 두툼한 빵 조각이 떠 있는 향기로운 올리브 오일, 양파와 파슬리로 버무린 차가운 오렌지 샐러드, 그리고 초콜릿 피자까지. 맛있는 것을 찾는 것 외에 아무런 야망이 없다는 듯 그녀는 너무 맛있어서 감당하기 힘든 음식들을 찾아다니며 여행 속에서 완벽한 쾌락을 추구한다.

두 번째 여행지인 인도의 아쉬람에서는 인도인 구루와 지혜로운 텍사스 요기의 도움을 받아 명상 동굴 여전사가 되어 ‘엄격한 영적 수행’을 거친 뒤 비로소 자신만의 신을 만난다. 그리고 마지막 여행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발리 9대 주술사의 제자가 되고, 그에게서 ‘마음으로 웃는 법’(좀 더 정확하게는 ‘간까지 웃는 법’이라고 주술사는 말한다)을 배운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랑을 만나고, 마침내 행복하고 건강하며 균형 잡힌 삶을 찾는다.

작가는 일 년간의 여정을 거쳐 108개의 인생을 건너면서 끊임없이 자기주문을 왼다. 사실만을, 사실만을, 사실만을 말하라 그만큼 이 글은 뼈아프도록 진실한 내면의 고통과 은밀한 기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솔직함이 돋보인다. 또한 마치 금방이라도 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 고통의 순간을 통찰력 있는 위트로 적절히 버무려 삶의 이면을 꿰뚫어보게 만드는 문체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터져나오는 놀라운 경험들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삶의 이면을 꿰뚫어보는 동시에 생동감과 위트 넘치는 문체로 다가오는 이 책은, 자신의 행복에 대한 책임을 주장할 때 벌어질 일들, 또한 여성이 사회적 틀에 갇혀 사는 것을 그만둘 때 겪을 일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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