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등급 ‘사씨카이아’
1978년 영국 시음회서 만점
3,000년의 역사. 오래 전부터 그리스인들이 오노트리아(oenotria), 즉 와인의 땅이라 부를 만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 이것은 프랑스가 아닌 이탈리아 와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탈리아는 와인의 종주국이 되지 못했을까.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다른 나라의 와인들이 양보다는 질로 선회한 것에 반해, 이탈리아 와인은 그대로 양적인 팽창만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탈리아 와인은 전통적으로 값싸고 편하게 즐기는 생활 속에서의 와인으로 인식되어 세계 시장에서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탈리아 와인의 명산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3대 명품으로 토스카나 지방의 끼안띠,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피에몬테의 바롤로, 베네토의 아마로네 델라 발포리체라는 현재까지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전반적인 이탈리아 와인의 대세는 기울어지고 있었는데, 이때 이단아 하나가 나타나 이탈리아 와인의 르레상스를 다시 만들었다. 바로 수퍼 토스카나이다.
1944년 테누타 산 가이도(Tenuta San Guido) 와이너리의 주인인 마르케스 마리오 인치사 델라 로케타(Mario Incisa Della Rocchetta)는 토스카나의 볼게리 지역에 보르도이 샤또 라피뜨 로췰드로부터 가져온 카버네 소비뇽 품종을 재배하기 시작했고, 친척 관계에 있던 600년 와인 생산의 전통을 갖고 있는 피에로 안티노리(Piero Antinori) 가문의 와인메이커 지아코모 타키스(Giacomo Tachis)의 도움으로 1968년 사씨카이아 와인을 출시한다.
사씨카이아는 이단아 취급을 톡톡히 받게 되는데 그것은 토스카나 지방의 전통적인 포도 품종이 아닌 카버네 소비뇽과 카버네 프랑을 배합한 것이었고, 또한 비전통적인 볼게리 지역에서 생산되었으며, 양조방식에 있어서도 당시의 전통방식이었던 슬로베니아 오크 타원형통(카스크)을 사용하지 않고 프랑스 225리터 오크통인 바리크(barrique)에서 숙성시켰기 때문이었다.
엄격한 DOC 규정 차원에서 보자면 이 와인은 뭐 하나 지킨 게 없는 셈이었다. 따라서 당시 이 와인은 최하위 등급인 비노 다 타볼라(Vino da Tavola:가장 낮은 등급인 테이블급 와인)로 표기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러나 포도원을 방문한 한 영국인 기자가 와인을 시음한 뒤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사씨카이아를 그저 테이블 와인으로 부르는 게 난감해, 수퍼 토스카나(Super Tuscan) 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1978넌 사씨카이아는 영국의 와인 전문지(디켄터)가 주관한 런던 시음회에서 만점을 받았고, 결국 1994년 사씨카이아는 DOC 등급으로 승급되었다.
사씨카이아의 성공 이후 수퍼 토스카나는 보다 다양한 실험을 해나가는데, 피에로 안티노리의 동생 로도비코 안티노리(Lodovico Antinori) 역시 그 변화의 기수이다. 그가 튜네타 델 오르넬라리아(Tenutadel Ornellaia)에서 1985년 첫 빈티지로 출시한 오르넬라리아(Ornellaia)는 카버네 소비뇽과 멜로를 블렌딩한 것으로 1998년 빈티지는 ‘와인 스펙데이터’에서 2001년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티냐넬로 (Tignanello)
▲생산지- 이탈리아/ 토스카나
▲포도 품종- 산지오베세 80%, 까베르네 소비뇽 15%, 까베르네 프랑 5%
▲와인 타입- 레드/ 드라이/ 풀바디
▲특징- 짙붉은 루비빛과 농익은 과일의 풍부한 향기와 오크 풍미를 지닌 와인으로 벨벳같은 태닌이 입안을 꽉 채워주며 탄탄한 구조와 긴 여운이 뛰어난 장기 숙성용인 최고급 레드 와인이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