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블렌딩 예술로 태어난 ‘그랑뱅’ 와인

2009-07-08 (수)
크게 작게

▶ 프랑스 와인 <2>

블렌딩 과정서 꼼꼼히 선별
1차 와인만 그랑크뤼로 출시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 분류의 130여 년에 걸친 고집스런 불변은 새로운 샤또에서 우수한 와인이 만들어져도 그 등급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렇게 당시 등급 분류에서 제외되었던 보르도의 444개 포도원들은 1932년부터 맛의 경쟁을 통해 크뤼 부르주아라는 등급으로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와인은 물론 그랑크뤼 바로 아래 등급을 의미하지만 실제로는 그랑크뤼보다 더 뛰어난 품질을 갖고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 즉 명칭이나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다는 말인데, 이런 면들이 바로 부르주아 보헤미언, 즉 최고를 추구하면서도 실용적인 보보스들의 입맛을 잡아당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크뤼 부르주아 등급은 크뤼 익셉셔널과 크뤼 수페리의 그리고 크뤼 부르주아 등 3가지로 세분화된다. 이 중 최상 위에 있는 크뤼 익셉셔널 등급에 있는 와인들은 그랑크뤼 와인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평가받고 있다. 2003년 빈 엑스포에서는 새로운 크뤼 부르주아 등급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는데 이 분류에서 크뤼 익셉셔널 9개 와인은, 샤또 드 페즈, 샤또 샤스 스플린, 샤또 오마르부제, 샤또 라베고스제데, 샤또 옴드 드 페즈, 샤또 펠랑 세귀어, 샤또 푸조, 샤또 시랑, 샤또 포탱샥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와인 하면, 단일 지역에서 나온 단일 품종의 포도로 만들어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뉴 월드의 와인들의 경우에는 실제로 단일 품종의 포도 또는 많은 양의 단일 품종포도를 넣은 블렌딩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그것도 보르도 와인은 그 자체가 블렌딩의 예술이라 할 만큼 다양한 품종, 다양한 구획, 다양한 떼루아르의 블렌딩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보르도에서 나오는 레드 와인의 대표적인 품종으로 카버네 쇼비뇽, 카버네 프랑, 멜로, 쁘띠 베르도를 들 수 있는데, 블렌딩에 있어서 각각의 역할은 다 달라진다.

블렌딩을 통해 복합적이고 균형있는 와인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기계로도 흉내낼 수 없는 것으로, 오랜 경험을 통해서만 습득될 수 있는 것이다.

보르도의 그랑크뤼급 와인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또 가격에 있어서도 보통 와인의 몇배에 해당하는 것은 바로 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블렌딩 기술에 있는 것이다. 이들 샤또들은 철저한 품질 관리를 위해 블렌딩 과정에서도 1차, 2차 심지어는 3차까지의 와인을 선택한다. 실로 미묘한 차이지만 이 중 1차에 해당하는 그랑뱅(Grand vin)만을 대표 상표인 그랑크뤼 와인으로 출시하게 된다. 여기서 1차, 즉 품질 기준에 조금 못 미치는 와인들로 세컨드 와인(Secound vin)이 등장하게 된다.

이미 널리 알려진 세컨드 와인으로는 샤또 라미뜨 로췰드의 레 꺄 뤼아드 드 라피뜨, 샤또 라뚜르의 레 포르 드 라뚜르와 샤또 마고의 빠비용 루즈 드 마고 등이 있다. 물론 일반적인 세컨드 와인은 그랑뱅에 비해 다소 힘이 떨어지거나 농축미가 부족하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좋은 빈티지를 만나면 최상의 품질의 세컨드 와인을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용 최적기가 그랑뱅보다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