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5일 외동딸 제시카가 USC를 졸업했고 그 전달인 4월에 21살의 성인이 되었다. 휴~ 나는 이제 ‘자유부인’이 될 수 있다고 친구들에게 농담을 했는데, 오는 6월30일엔 22년 10개월간 USC에서의 오랜 직장 생활을 마무리 지으며 집착했던 많은 것에서 ‘자유’를 얻는 기회가 온다.
갑작스런 결정이 아니고 지난해 USC에서 1년 안식년으로 LA 시장실에 상임고문(Senior Advisor)으로 출근하기 전 이미 계획된 일이다.
USC 부부총장이란 ‘화려한’ 타이틀로 인해 외부에선 때로 ‘전문가로서는 출세의 상징’, 결정권과 그에 따른 상당한 대우 등으로 보아주었지만 내 자신에겐 막중한 책임감과 스트레스에 잠 못 이루었던 수많은 밤들(유행가 가사 같이 들리지만)의 오랜 세월이었다. 그러나 정말 열심히, 신나게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22년 10개월이란 세월이 후딱 가버렸다.
지금 나는 이미 중년의 아줌마로 되어져 있고 더 늦기 전에 또 다른 새로운 삶을 계획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신문과 잡지에서 읽은 대로 베이비부머들이 그러듯이 내게도 나만의 새로운 인생과 커리어를 재정립하는 기회가 온 것이다.
사실은 지난 해 7월15일부터 LA 비아라이고사 시장실에 상임고문으로 출근하며 나 자신은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USC를 이미 떠나고 있었다. 오랜 세월 너무나 익숙한 USC 캠퍼스와 사무실을 떠나 LA 시장실에서의 경험은 내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다. 웬만한 ‘나라’ 크기, 미국에서 2번째로 큰 도시를 운영하는 시장실에서 보는 USC는 아주 작은 지역사회였다. 내 눈에 그렇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년 이상 USC에서 일하며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들과 이슈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눈과 마음이 확 트이는 경험이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인복이 많다고 했는데 나 자신도 동감한다. 지난 22년 10개월간 같이 일했던 수많은 동료와 친구들은 내 삶에 많은 것을 일깨워준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특히 인상 깊은 분은 1991년 부임한 후 USC를 미전국의 최고의 대학으로 탈바꿈 시킨 스티브 샘플 USC 총장님이다.
그분이 나를 우리 부서의 최고 책임자로 승진시켜주면서 “케이 송은 모든 아시안 여성은 ‘조용하고 용기없고 무조건 높은 사람들에게 복종’한다는 편견을 완전히 깨주었다. 총장인 내게도 나와 다른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주장하는 면을 높이 산다라고 해준 말씀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그 격려는 내가 USC에서 전문경영자의 업무를, 특히 한인1세 여성으로 소신껏 해낼 수 있었던 든든한 빽이였고 앞으로 USC를 떠나서 일생동안 용기를 내서 일하고 살아가는데 원동력이 될 것이다.
같이 일했던 부서의 매니저들과 이별 점심의 자리에서 그들이 돈을 모아 베벌리 힐스 티파니 스토어에서 산 크리스탈 보울을 선물로 받았다. 너무 고마웠다. 고급상점의 명품이어서가 아니었다. 그들 중 아무도 티파니에서 쇼핑을 하는 사람이 없는걸 아는지라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가 있어서였다.
USC 부부총장과 LA 시장실 상임고문이라는 타이틀은 이제 벗어놓았다. 9개월 전부터 이미 글로벌 익스펜션 네트워크라는 컨설팅 회사를 준비해왔다. 7월1일부터는 다른 새로운 도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케이 송
USC 부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