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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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왜 반복되나

2009-06-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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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세종서적 펴냄


경제위기로 타격을 받은 사람도 있지만 빛나는 사람도 있다. 자칭 불황경제학자라는 폴 크루그먼 교수는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언론은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보도하고 있고, 한국의 출판사는 초기 저작부터 최근 저작까지를 번역하여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

폴 크루그먼은 2008년 말에 완성한 이 책을 통해서 라틴아메리카에 불어 닥친 위기에서부터 일본의 장기 불황, 아시아 경제위기, 최근의 미국 발 세계경제 위기 등을 아주 쉬운 언어로 종횡무진하고 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금융위기의 리허설 격인 1990년대 아시아의 금융위기에 주목한다. 어째서 지금의 미국이 10년 전의 일본과 비슷해 보이며, 어째서 현재의 아이슬란드가 그때의 태국과 비슷한지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반복되는 세계 경제위기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반을 이해하는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며 그 대안이 ‘불황의 경제학’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불황의 경제학’이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경제학은 재화의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공급만 충분하면 수요가 없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공급이 넘쳐나는데도 세상은 경기 후퇴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데에 기존 경제학의 한계가 있다.

크루그먼은 이제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수요 중심으로 전환할 때라고 말한다. 그리고 경기 회복과 호황을 일으키는 데만 몰두해왔던 경제학 연구의 초점을 변방에 버려져 있는 ‘경기후퇴’ 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한다. 경제 전체가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기후퇴의 존재를 인정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그는 불황이 거품 호황의 필연적 결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단지 잠재적 수요가 현실의 시장으로 나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행한 막힘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언제나 충분한 수요를 경제에 제공할 방법을 아는 일인데 이것은 인류가 충분히 해결 가능한 과제라고 주장하는 점에서 그는 ‘닥터 둠’이 아닌 ‘희망 전도사’인지도 모른다.

이형열 (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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