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C&F 조사, 49%가 통역 전담…가정 불화 원인 될수도
영어가 부족한 이민 1세대 부모의 통역 도우미(Language Brokers) 역할이 자녀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가 느끼는 스트레스와 불안도 문제지만 부모와 자녀의 뒤바뀐 역할이 자칫 가족 구성원 사이에 갈등과 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아시안 아메리칸 가정&연합(CAC&F)이 뉴욕시립대학(CUNY) 아시안 아메리칸 연구소(AAARI)와 공동 실시해 16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아시안 이민자 가정 자녀의 49%가 부모의 영어 통역을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에서 태어난 2세 자녀(43%)보다도 해외에서 출생한 1.5세 자녀(61%)들이 부모의 영어통역을 전담하는 비율이 훨씬 높아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는 한인 청소년 25명(28%)을 포함, 총 89명의 중국, 필리핀, 사우스 아시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한인 학부모 2명을 포함해 아시안 학부모 6명도 조사에 참여했다. 한 한인 청소년은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실에 실려 간 부모를 대신해 통역을 맡았을 때 자신의 통역 실수로 부모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짓눌렸었다고 고백해 얼마나 부담이 컸는지 엿보게 했다. 또 다른 청소년은 “부모의 영어통역 도우미가 마치 주 7일, 하루 24시간 풀타임 직장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어린 자녀의 영어 통번역에 의지해 이민생활을 해나가는 이민 1세 부모가 많지만 타인종보다도 아시안 가정의 자녀 의존도가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아시안 부모는 교육, 이민, 일상생활 등 3개 공공 서비스 분야에 대한 자녀의 영어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보건국은 16세 미만이 의료 서비스에 관한 통역자로 나설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아시안 이민자 가정 자녀의 49%가 부모의 영어 통번역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아시안 자녀의 83%가 통번역을 했던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뉴욕시 교육감 규정(A-663)에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불편한 이민자 학부모에게 학교와 시교육청이 통번역 서비스를 의무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각 분야별 전문용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제대로 된 통번역 훈련도 받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실수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 불안감이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지적했다. 따라서 이민자들의 공공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정부가 통번역 서비스 예산 지원을 늘리고,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제공되도록 관리해야 하며, 이민자들의 통번역 서비스 요청 권리 등에
관한 홍보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부모의 통번역이 필요한 상황 %
학교 공문 및 가정통신문 83.1%
전화 66.3%
새로 구입한 물건 사용방법 57.3%
은행 거래 내역서 49.1%
전화 요금 고지서 49.4%
진료실 환자 정보 작성 49.4%
신용카드 거래 내역서 48.3%
보험 관련 서류 46.1%
이민국 관련 서류 46.1%
문밖에 누가 찾아왔을 때 30.3%
취업지원서 작성 29.2%
임대계약 21.3%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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