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사적 사건으로 위대한 고객을 만나다

2009-06-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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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뇌프 뒤 빠쁘
(Chateauneuf du Pape)

▲생산지- 프랑스/ 남부 론/ 샤또뇌프 뒤 빠쁘
▲포도 품종- 그레나쉬, 쌩소, 무르베드르, 쉬라 등 13종
▲와인 타입- 레드/ 드라이/ 풀다비
▲특징- 13가지 포도를 블렌디하여 만든 와인으로 강한 알콜향과 오랜 숙성으로 깊고 다야한 맛을 가지고 있으며 짜고 매운 한국 음식, 특히 탕류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아비뇽 유수’ 사건으로 탄생
2002년 ‘최고의 와인’ 선정



어느 도시가 수도가 된다는 것은 단지 행정구역적인 의미만을 내포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도의 이전은 엄청난 경제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우리가 호주를 얘기할 때, 그 수도가 캔버라라는 것에 약간은 의아심을 느낄 것이다.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지역은 시드니나 멜버른이기 때문이다. 캔버라로 행정수도가 이전된 배경에는 그 지역이 시드니와 멜버른의 중간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수도 지정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시드니와 멜버른 사이에 적적한 중재안으로 엉뚱한 캔버라가 떠오른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교황의 와인이라는 칭호를 얻은 샤또뇌프 뒤 빠쁘는 아비뇽 유수라는 역사적인 사건이 만들어낸 프랑스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와인 중 하나다.

샤또뇌프 뒤 빠쁘(사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잡지에서 2002년 ‘올해의 100대 와인’ 중 당당히 1위로 뽑힌 후 더더욱 유명해진 와인이기도 하다. 먼저 이 복잡한 이름에 담긴 뜻을 풀어보면 이 와인에 얽힌 역사를 볼 수 있는데, ‘샤또’는 ‘성’이라는 뜻이고, ‘뇌프(neuf)’는 ‘새로운’, 그리고 ‘뒤(du)’는 관사이며 ‘빠쁘(Pape)’는 ‘교황’이라는 뜻이다. 즉 ‘교황의 새로운 성’ 이라는 뜻의 와인이다. 프랑스에 있는 교황의 새로운 성. 역사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비뇽 유수’ 사건을 떠올릴 것이다. 11세기 십자군 원정 실패로 로마 교황청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급기야 프랑스의 왕 필립 4세는 1305년 프랑스인 교황 클레멘스 5세를 강력하게 간섭하게 된다. 그는 로마로 들어가지 못한 채 프랑스 아비뇽에 체류하게 되었는데, 아비뇽에 교황청이 새로 등장하자 와인이 대량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이때 탄생한 와인이 바로 샤또뇌프 뒤 빠쁘이다.

아비뇽 유수 사건 당시, 교황은 미사에 쓸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 재배에 적합한 지역을 물색했는데, 그 중 떠오른 곳이 교황청이 있는 아비뇽보다 약간 북쪽에 위치한 곳이었다. 샤또뇌프 뒤 빠쁘의 뛰어난 맛은 바로 이 지역의 기후 조건과 환경 때문이다. 이 지역은 교황들이 여름 별장을 마련했을 정도로 시원한 기후 조건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 이곳을 뒤덮고 있는 바위 수준에 육박하는 둥글고 굵은 자갈들은 낮에는 프로방스의 햇볕을 빨아들이고 해가 진 뒤부터 밤까지는 이 열들을 다시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13가지 포도 품종을 블렌딩해 만들기 때문에 각각의 독특한 맛이 어우러져 아주 복잡 미묘하고도 개성있는 맛을 내게 되는 것이다. 블렌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레나쉬(grenache)와 쌩소(cinsault)는 와인에 따스함과 짙은 칼라를 주면서 맛을 부드럽게 해주고, 무르베드르(mourvedre), 쉬라(syrah)등은 와인의 구조와 숙성 능력, 색의 깊이와 클래식한 맛을 제공한다. 13개 포도품종으로 이루어진 이 블렌딩은 실로 교향곡이라 할만한데 그 향연을 한번 음미해보면 그 의미를 즉시 알게 될 것이다.

‘성공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가이드’
(김기재 지음·넥서스 Book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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